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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Feb 07. 2021

[그빵사] 95. 크랜베리 베이글

집에서도 베이글을 만들 수 있다.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식기세척기에 설거지거리를 밀어놓고 베이글 반죽을 만들기로 했다.


베이글은 1차 발효 50분, 중간 발효 15분, 2차 발효 40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필요한 재료들을 하나씩 식탁 위로 가져왔다. 미지근한 물에 설탕, 소금, 이스트, 식용유를 한 곳에 담아 섞은 다음 강력분에다가 넣어 섞은 뒤 크랜베리를 넣을 차례였다. 영상에서는 냉동 블루베리를 넣어서 댓글을 찾아보니 건과일은 물 40g을 추가하라고 적혀있었다. 어제 베이킹 재료 상점에서 산 것은 당연히 건과일이라 생각했는데 겉면을 자세히 보니 '크랜베리 (절임류-당절임)'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럼 이건 건과일인 걸까, 아닌 걸까? 잠시 중단하고 검색해보니까 건과일로 보면 될 것 같았다. 물을 좀 더 넣었어야 했는데... 아직 덜 섞였으니까 지금이라도 넣어볼까 해서 추가로 물 40g을 넣었더니 반죽이 찐득찐득 난리가 났다. 치대면 치댈수록 물이 겉도는 느낌이 들면서 반죽은 땅땅하게 굳는 기분이 들었다. 아뿔싸, 물을 추가로 넣으면 안 되는 거였나! 후회도 잠시 그대로 진행할까, 다시 할까 고민하다가 맛난 베이글을 먹고 싶은 마음에 깨끗한 비닐봉지에 일단 넣고 다시 반죽을 만들기로 했다.


아까와 같은 방식에 물만 좀 더 넣고 다시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반죽이 물이 없는 듯 땅땅한 건 똑같아서 되직하지 않아서 반죽하기가 편했지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이스트마다 사용방법이 다르다던데 혹시 영상에서 사용한 이스트와 내가 쓰는 이스트가 달라서 반죽이 이렇게 땅땅한 건가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두 번째는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크랜베리도 잘 섞은 뒤에 랩을 씌워서 방 안에서 1차 발효를 해 주었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반죽을 4등분으로 잘라서 작은 럭비공처럼 성형한 뒤 15분 중간 발효를 해주었다. 이제 드디어 베이글 모양으로 만들 차례였다. 밀대로 반죽을 세로로 길게 밀고 세로로 세 번을 말아서 통통하게 만들어 준 뒤 끝과 끝을 연결하면 귀여운 베이글 모양이 된다. 종이 포일을 깔고 베이글 반죽을 올린 뒤 랩을 씌워서 다시 2차 발효를 하러 방 안에 넣어 두었다. 대략적인 반죽이 끝나서 식탁과 작업대를 정리하려고 보는데 아까 처음에 만들었던 비닐봉지에 넣어둔 반죽이 발효가 된 걸 발견했다. 반죽이 절대 살아나지 않을 것 같더니 나름대로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 하도 기특해서 얘도 일단 만들어보기로 하고 첫 번째 반죽과 똑같이 성형해서 중간 발효 및 2차 발효에 들어갔다.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반죽

2차 발효된 반죽은 홈베이킹을 한 이후로 처음 해보는 방식으로다가 진행이 되었다. 바로 물에 한 번 데치는 과정이 있었다. 다른 영상을 보니 데치면 더욱 쫄깃해지고 보관도 더 오래 할 수 있다고 한다. 큰 웍에다가 물을 담아 끓이면서 오븐 예열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끓은 물에 베이글을 넣고 앞 뒤로 10초간 데치고 바로 건져서 오븐 팬 위에 팬닝을 해 주었다. 4개 모두 데치고 예열된 오븐 속에서 19분간 구우면 되는데 데치고 난 후 쪼글쪼글해졌던 반죽이 열을 받자 점점 부풀어 올라서 땡글 해지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다. 19분이 지나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베이글을 만날 수 있었다. 진짜 파는 것 같은 모습의 베이글이 어찌나 신기한 지 오븐 팬을 들고 거실에서 안방으로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다. 다들 "진짜 베이글야!"라고 말하는 게 재밌었다. 아직 식지도 않은 베이글을 오븐 장갑이 낀 채로 반으로 갈라서 크림치즈를 바르고 네 등분으로 잘라서 언니와 엄마와 나눠 먹었다. 점심을 먹은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조금만 맛보았는데 바삭하고 쫄깃한 베이글이 진짜 너무 맛있었다. 특히나 감초처럼 있는 크랜베리가 새콤달콤하여 입맛을 계속 당겼다. "완전 대박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건 크림치즈를 바르지 않고 그냥 베이글만 먹어도 맛있어서 하루 종일 조금씩 잘라먹으며 입에 달고 살았다. 외출하고 돌아오신 아빠께도 똑같이 크림치즈를 발라 하나를 드렸더니 커피와 함께 매우 맛나게 드셨다. (뿌듯 뿌듯)

이렇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귀여워요 :-)

30분 후쯤에 첫 번째 반죽을 같은 방법으로 데치고 오븐에 구워줬더니 4개의 베이글이 더 추가가 됐다. 베이글은 냉동고에 넣고 그때그때 해동시켜 먹어도 좋으니 한 번에 소진할 필요가 없어서 부담이 덜 되었다. 베이글은 홈베이킹 전에도, 아니 홈베이킹을 시작하고 나서도 왠지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베이글까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니 홈베이킹의 세계는 어디까지인가 새삼스레 또 놀라게 되는 하루였다. 베이글은 식사빵으로 앞으로도 정말 자주자주 만들어 먹을 것 같다. 다음엔 어니언 베글을 만들어 봐야겠다.



아주 맛나게 구워진 베이글이에요.


쫄깃쫄깃하답니다.

반으로 가르면 크랜베리가 아주 가득 들어간ㅋㅋㅋㅋ걸 볼 수 있어요. 새콤달콤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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