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01] 나 홀로 고속도로

by 겜노인

“200X년 8월, 강릉발 수원행 고속도로.”


새벽 2시, 지방 국도를 빠져나와 올라탄 고속도로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도로는 오직 내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비추는 아주 좁은 구역만을 허락했다. 그 너머는 삼킬 듯한 어둠이었다.


익숙한 도로였지만, 오늘따라 기묘했다. 룸미러를 확인해도, 전방을 주시해도, 지나는 차량이 단 한 대도 없었다. 마치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기분. 그때, 계기판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연료 경고등이었다.


"아... 하필이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했지만, 가장 가까운 휴게소는 아직 한참 남았고, 주유소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제발, 제발 불빛이라도... 적막을 깰 겸, 터질 듯한 심장 소리를 가라앉히려 라디오 전원을 눌렀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끝에, 선명한 주파수가 잡혔다. 나긋나긋하면서도 어딘지 서늘한 여성 BJ의 목소리였다.


"...오늘 마지막 사연입니다. 익명의 시청자분께서 보내주셨네요. 제목은 '나 홀로 고속도로'."


운전에 집중하려 애썼지만, 사연의 내용이 귀에 박혔다.


"지금 텅 빈 고속도로를 혼자 달리고 있어요. 기름은 떨어져 가고, 사방은 캄캄한데 아무도 없네요. 너무 무서워요. 제발 휴게소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내 상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라디오 속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진 것 같았다.


"사연 보내주신 분, 걱정하지 마세요. 곧 휴게소가 나타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절대 못 들어갈 거예요. 그곳은..."

"뭐, 뭐야...!"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미친 듯이 라디오 전원 버튼을 거칠게 눌러 껐다.


딸깍.


라디오의 잡음도, 여자의 기분 나쁜 목소리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남았다. 안도하며 핸들을 고쳐 잡으려는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라디오 전원을 껐을 때, 덜덜거리던 차의 엔진 소리도, 타이어가 지면을 긁는 마찰음도, 심지어 내 거친 숨소리조차 같이 꺼져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내뱉는 비명조차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못한 채 입안에서 맴돌았다. 지금 고속도로 위에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서서히 멈춰가는 내 차의 조용한 관성만이 남아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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