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03: 로그아웃]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유독 거칠다. 중간중간 무언가 딱딱한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세 번째 기록입니다. 이번 제보는 13년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순식간에 삭제된 글입니다.

제보자는 매일 밤 낯선 이들과 게임을 즐기던 평범한 유저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그가 접속한 파티는 산 자들의 모임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기기 결함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정교했던... 그 기괴한 ‘렉(Lag)’의 기록을 시작합니다.”


새벽 3시, 모니터의 푸른 빛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매칭된 4인 협동 게임. 헤드셋 너머로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그때 그 애 기억나? 닉네임이 뭐였더라. 암튼 게임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했잖아.” “아, 그 사고 났던 애? 걔 마지막까지 헤드셋 끼고 있었다며.”


세 명은 자기들끼리 아는 사이인 듯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는 사고의 정황과 닉네임이 소름 끼치게 나와 닮아 있었다. 내가 끼어들려던 찰나, 화면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기리리리리리리리릭-]


불쾌한 금속성 기계음과 함께 게임이 멈췄다. 캐릭터들은 아주 짧은 동작을 무한히 반복하며 덜덜 떨렸고, 화면은 찢어질 듯 일그러졌다. 그런데 그 혼란스러운 렉 속에서, 내 캐릭터만은 달랐다.


놈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모니터 밖의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그 눈이 마주친 순간, 게임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야, 근데 걔 지금 우리랑 같이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걔는 이미 로그아웃 됐는데.”


팀원들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남기며 하나둘 나갔다. 하지만 로그아웃했다는 캐릭터들은 여전히 화면 속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기분 나쁜 예감에 헤드셋을 벗으려 손을 뻗었다.


손끝에 차가운 감촉이 닿았다. 유선 헤드셋의 선이 본체에서 빠진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선이 빠졌는데, 지금까지 저 목소리들을 어떻게 들은 거지? 정적만이 감도는 방 안, 귀를 가리고 있던 헤드셋 너머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깝게, 마치 내 귓구멍 안에서 울리는 것처럼.


“너도 아까 로그아웃 됐어.”


공포에 질려 모니터를 바라보자, 화면 속 나를 보던 캐릭터의 눈동자가 기괴하게 커지며 붉은 글자가 떴다.


[연결 끊김 (Disconnected)]


(테이프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기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아 있다.)


“...제보자는 그날 이후 다시는 컴퓨터 전원을 켜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눈동자가 가끔 ‘기리릭’ 소리를 내며 떨리는 걸 느낀다더군요.

(잠시 침묵)


...저도 오늘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녹음을 하려는데 목에서 자꾸 기계적인 잡음이 섞여 나오는군요. 거울을 보니 목덜미 피부가 마치 깨진 폴리곤처럼 각져 있습니다.


익명제보들이 내 몸을 잠식하며, 나를 사람이 아닌 ‘기록물’로 바꾸고 있는 모양입니다. 손가락에 이어 이제는 목소리까지 잃게 될까 봐 두렵군요. 서둘러야겠습니다. 아직 전해야 할 제보가...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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