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05: 목격자]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 기자의 숨소리가 쌕쌕거리며 가쁘다. 무언가 액체가 바닥에 뚝, 뚝 떨어지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린다.)


“...다섯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지방 검찰청 출입 기자 시절, 익명의 수사관에게 건네받은 자료입니다. 너무 오래된 내용이라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군요. 번화가 끝자락, 간판도 제대로 없는 심야 술집에서 벌어진 일이죠. 제보자는 그날 야근을 마치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 마신 건 맥주가 아니라, 목을 죄어오는 누군가의 시선이였습니다.”


지독한 야근 끝에 불빛을 따라 들어간 곳은 낡은 심야 술집이었다. 손님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생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켰다. 그런데 자꾸만 시선이 가는 곳이 있었다.


맞은편 구석에 앉은 한 여성이었다. 우울한 표정의 그녀는 앞에 놓인 맥주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미동도 없이 한 곳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끝에는 묵묵히 잔을 닦고 있는 사장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고 깨름칙한 기분이 들어, 계산을 하러 가며 사장에게 나즈막히 물었다.


"저... 사장님. 저기 구석에 계신 손님 말이에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계속 사장님만 보시는데..."


사장은 닦던 잔을 멈추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누가 누굴 본다는 거예요?"


여자가 들을까 봐 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니, 저기 구석에 앉은 여자분요."

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구석 자리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는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가 기괴할 정도로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너도... 너도 보이는구나."


사장이 낮게 읊조리며 싱크대 아래에서 커다란 회칼을 꺼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하지만 단호한 발걸음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보이는 놈들은 다 죽여야 끝나거든. 그래야 쟤가 내 곁을 떠나지."


(테이프 노이즈가 심해지며 기자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제보자는 다행히 뒷문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경찰과 함께 찾아간 그곳은 이미 폐업한 지 수년이 지난 가게였습니다. 사장도, 여자도, 술병도 없었죠. 오직 바닥에 뒹구는 낡은 회칼 하나뿐이었습니다.


(기자가 갑자기 헛기침을 한다. 무언가 뱉어내는 소리)

...내 상태가 점점 이상합니다. 아까부터 바닥에 떨어지던 소리는... 내 눈에서 흐르는 진물이었군요. 눈이 따가워서 거울을 봤는데, 내 눈동자 뒤로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사장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도는군요. '보이는 놈들은 다 죽여야 끝난다'고.

이제는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너무 선명하게 보입니다. 내 방 천장 구석에 거꾸로 매달려 나를 내려다보는 저 제보자들의 얼굴까지도요.

(멀리서 칼 가는 듯한 쓱, 쓱 소리)


...누군가 문밖에서 칼을 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기록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아직... 제보가 남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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