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04: 습관]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 이번엔 기자의 숨소리가 유독 얕고 빠르다. 중간에 녹음기를 든 손이 떨리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섞인다.)
“...네 번째 기록입니다. 이번 제보는 9년 전 한 정신과 전문의에게서 받은 자료입니다.
그의 환자 중 한 명은 화장실 변기 커버에 대한 극심한 공포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닫혀 있는 것'을 못 견디는 강박이었죠. 하지만 그 환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단순한 정신병의 증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그가 매일 밤 마주했던 그 '하얀 뚜껑' 아래의 진실을 기록합니다.”
그 꿈을 꾼 이후로 생긴 강박적인 습관이 하나 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변기 커버가 열려 있는지 확인하는 것. 닫혀 있다면 반드시 열어서 안이 비어있음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새벽 3시, 갈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로 향했다. 불을 켜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분명 자기 전 열어두었던 변기 커버가 굳게 닫혀 있었다.
"뭐... 뭐야..."
누군가 침입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저 매끄럽고 하얀 플라스틱 커버는 마치 거대한 입을 꾹 다문 괴물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뻗어 커버 끝을 잡았다. 묘하게 묵직했다. 평소보다 서너 배는 더 무거운 느낌.
"제발, 제발 아무것도..."
눈을 질끈 감고 커버를 확 젖혔다.
덜컹-
변기 안에는 맑은 물만 고여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안도하며 커버를 다시 닫으려던 찰나,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변기 물에 비친 내 얼굴 뒤로, 닫혀 있어야 할 화장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공포에 질려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내 발치에서 낮고 축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어줘서 고마워."
고개를 숙여 변기 안을 본 순간, 물속에서 솟아오른 누군가의 머리가 나를 향해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그건, 방금 전까지 변기 커버를 열고 안도하던 내 자신의 얼굴이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갑자기 뚝 끊기며 기묘한 정적이 흐른다.)
“...그 사람은 그날 이후 행방불명되었습니다. 화장실 바닥엔 그가 신고 있던 슬리퍼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였죠.
(기자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지며 떨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까부터... 내 방 화장실에서 자꾸 소리가 들립니다. 분명히 나 혼자 있는 방인데, 닫아둔 화장실 문너머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리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주 작게, 물속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내 목소리로... '기자님, 이것 좀 열어봐요'라고...
(문고리가 덜컥이는 소리)
...안 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녹음하죠. 저 문을... 잠가야겠습니다. 아니, 열어줘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