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KY Apr 02. 2023

킬링 타임 대신 스펜딩 타임

유한한 시간 안에서 살아남기


시간은 참 이상하다.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훌쩍 지나있다. 특히 좋아하는 것과의 시간은 아쉬울 만큼 빠르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시간은 잠깐의 기다림도 없이 야속하게 흐른다. 하루는 물론이고 한주, 한 달, 일 년이라는 시간도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좋아했던' 것이 있다. 과거에는 정말 좋고 특별했는데, 지금은 더 이상 좋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것이다. 무뎌졌기 때문이다. 환경의 탓일 수 있고 나의 탓일 수 있다. 해마다 거리를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였다가도 불과 며칠 만에 감쪽같이 그 존재를 감추는 벚꽃처럼. 대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에는 '즐길 수 있는 순간'이라는 시간의 유한성이 함께한다.


영원하지 않아서, 순간은 더 소중하다. 유한한 시간 내 행복의 순간들은 늘 끝을 맞이한다. 순간은 우리가 원할 때 꺼내어 보거나 만질 수 있게 소유할 수 없다. 그저 한 조각의 추억으로 마음속 한켠에 저장되었다가 이따금 우리를 찾아올 뿐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머릿속에서 나를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행복의 순간들을 다시 마주할 때면 그립고, 깊고, 향기롭다.




킬링 타임 대신 스펜딩 타임. 흔히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행위에 관해서는 킬링 타임과 스펜딩 타임 두 가지의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첫째로, 킬링 타임은 시간 떼우기를 의미한다. 둘째로, 스펜딩 타임은 시간 소비의 의미를 지닌다. 언제부턴가 내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바뀜을 체감한 시점부터 나는 킬링 타임의 개념을 지웠다. 아깝지 않은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시간을 가만히 흘려보내는 것이. 그래서 나는 시간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적다 보니 거창하긴 한데, 시간 소비란 헛되이 보내는 시간만큼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론 하루 24시간,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내 삶의 모든 시간을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삶이라는 게 혼자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생활은 삶에서 꼭 필요한 요소니까. 다만, 내가 주체로서 스스로 보낼 수 있는 '내 시간'에 한해서는 작은 것이라도 할 일을 만들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이렇게만 해도 헛되이 흘려보내는 시간은 줄일 수 있다.




사소하고 평범하기만 했던 어떤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가끔 찾아온다. 그 순간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지, 비슷한 순간이 또 다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삶의 유한한 시간 안에서, 무언가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걱정하기보다는 아쉬움 없이 흠뻑 즐기는 것이 좋겠다. 행복의 추억 조각들을 부지런히 만들고, 그 조각들은 미래의 나를 위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자.


미래의 나에게는 추억할 때마다 미소를 짓게 해주는 큰 선물이 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가 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