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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울 Jun 26. 2019

누군가에게 난 개새끼다.

내가 아무리 옳게 살았다고 자부해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보다 내 귓속을 파고든 대사가 있다.

주인공 타미가 부당한 일을 당하고 브라이언과 대화를 나눌 때 나온 장면이다.


타미 :
" 어릴 때요, 서른여덟 살 정도 먹으면 완벽한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모든 일에 정답을 알고 옳은 결정만 하는 그런 어른요. 
그런데 서른여덟이 되고 뭘 깨달은 줄 아세요?  
결정이 옳았다 해도 결과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거, 그런 거만 깨닫고 있어요."

브라이언 : 
"마흔여덟 정도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옳은 것일까.
나한테 틀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틀린 것일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만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듣는 순간 '와..' 하고 탄성이 나올 만큼 사이다 명언이었다.



모두에게 사랑 받아야 할까?

우린 알게 모르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자기 자신을 꾸미곤 한다.

혹시라도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때문에 분위기가 흐려지진 않을까?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수많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이간질을 밥 먹듯이 하는 친구 하나가 있었다. 

강아지같이 순하게 생겼고 친절하기까지 해서 주변에 친구도 많았고, 나 조차도 그 친구를 꽤나 신뢰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남자 친구가 있으면서 다른 동기의 남자 친구를 불러내 유혹하거나 내 과제 아이디어를 다른 동기에게 알려줘서 학점을 떨어트리는 등 치밀한 여우였다. 여러 이야기도 듣고 실제로 겪으면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알아버린 난 그 친구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눈치를 챈 친구는 '은빈이가 나를 싫어하는 거 같아 속상해'라는 이야기를 다른 동기들에게 퍼뜨리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했고 끝내 동기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내용은 이랬다.


"은빈아, 아무리 네가 그 친구를 싫어해도 과분위기를 위해 좋게 지내면 안 될까?"


나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생겼다. 

첫째. 과분위기를 위해 좋게 대학 생활을 마무리한다.

둘째. 거절하고 이대로 불편하게 대학 생활을 마무리한다. 


물론 지금은 바로 고를 수 있는 쉬운 문제지만, 그 당시 주변의 시선들과 앞으로의 4년 동안 있을 대학생활 걱정에 쉽게 선택하지 못했고, 며칠을 고민한 결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둘째를 택했다. 나는 그 이후로 과분위기를 흐리는 '나쁜 사람'이 돼버린 걸 지도 모르지만, 감정을 속이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했기에 불편하긴 했어도 문제없이 대학 생활을 잘했고, 결국 여우 같던 친구는 며칠 안가 자신의 꾀에 속아 여러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휴학을 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무서워졌다. 

물론 사랑받고 싶은 건 당연한 인간의 욕구지만, '모든'이 들어가면 다른 문제다. 천사 같은 혜민스님이 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 에도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고, 모두가 완벽하다는 국민 MC 유재석에게도 안티 팬이 있듯, 모두가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신의 영역 같은 일이니 말이다. 헌데, 친하지도 않고 싫다고 명확하게 표현까지 했는데 다시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달라니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

널 사랑으로 응원해!


우리는 모두를 사랑할 수 없듯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슬픈 사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비판을 주장할 수도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물론 굳이 찾아서 들을 필요는 없지만, 어쩌다 듣게 되었다면 절대로 인정과 사랑을 욕심내면 안 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애정이 있고 신뢰하는 상대에게 비난을 들었을 때 오는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가고 쓰리니까. 하지만 그만큼 힘들기에 매일 다짐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걸.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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