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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울 Jan 30. 2019

일요일 같은 친구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일요일은 최대한 게으르게

바쁘고 치열한 날들을 보내다 보면, 게으르게 널브러지고 싶은 날도 있다. 물론 그것을 조절하기엔 쉽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도 다녀야 하고, 일정을 열심히 조율하며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서 정말로 쉬는 날 딱 하루를 지정했고, 나에겐 그 날이 일요일이다.


일요일이 되면 특별한 약속도 잘 잡지 않고 늦잠을 푹- 잔 후, 화장도 안한채 멍하니 집에서 일주일의 마무리를 시작한다. 집안에 치우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밀린 빨래 돌리는 소리를 들으며 책상에 앉아 열심히 달려왔던 평일과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앞으로는 어떤 마음을 가질지를 차분히 생각하고 글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런 무기력함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내면 깊은 속 진실을 깨닫게 된다.


저번 주 일요일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 멍하니 앉아 핸드폰을 보는데 친구의 둘째가 태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땐, 약속도 다 제쳐놓고 친구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었는데 둘째가 태어난 사실은 이렇게 SNS로 알게 되다니, 우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다 깨달았다. 친구의 문자를 나중에 답장해야지 하곤 무심하게 씹어버렸던 수많은 날들이.. 물론, 이런 고민도 일요일에만 할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일에 지쳐 별생각 없이 ‘건강하게 잘 태어났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일요일에는 더욱 깊게 생각해본다.


나는 왜 친구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을까?

난 예민하면서도 단순한 사람이다. 특히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단순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연인의 관계엔 그렇게 왜? 를 붙였으면서 친구의 관계에는 어떠한 이유도 붙이지 않았었다.




친구들은 마치 나에게 일요일 같았다. 

일요일처럼 편안하지만 게을러서 한주의 마지막 순위가 되어버리고 만나도 특별한 계획 없이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며 헤어지고 싶은 일요일 같았다.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미 읽지 않은 문자가 100통이 넘는다. (비록 절반은 광고이지만) 대부분 확인 후, 여유로울 때 답장해야지 하곤 자기 전이나 일요일에 답장을 한다. 


난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분명 난 관계지향 유형의 사람이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고, 주변의 아픔과 기쁨에 공감도 잘했고, 친구들도 꽤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목표지향 유형이 되면서 눈 앞에 있는 것들만 쫒다 보니 친구들과 점점 멀어졌다.


사실 예전부터 친구가 많았지만 나는 외로웠다. 글을 쓰고 그림을 좋아하는 나 같은 예술가 유형이 하는 말은 특이해 보이기 십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넌 특이해'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어왔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의미 없는 '힘내'라는 말이 이상하게 상처로 다가왔다. 지금은 강하고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내 주변 사람들이 다가올 수 없게 만드는 일인걸 알면서도 조금의 외로움 조차 싫어 완전한 나만의 세계에 갇힌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아기를 바라보며 더 이상 이기적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들었던 어느 날, 서투른 방어로 막아선 안될 것을 막아내 왔던 거 같다. 그날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나는 더욱 강하게 성장했다. 날 '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하게 만들어준 친구들, 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게으른 일요일, 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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