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작업실 매일글쓰기 3
오늘부터 요가원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올해로 세번째 맞이하는 요가원의 여름휴가인데 전에는 제 발로 가서 등록해놓고도 이렇게 빠지고, 저렇게 빠지고 하니까 요가원이 여름휴가를 가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근데 요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맘 먹고 나니 이렇게 쉬게 되는게 괜히 아쉽고 그렇다. 그래도 요가쌤들도 좀 쉬면서 재충전 하셔야 하니까 응원의 마음을 보내본다. 나도 뭐 그 핑계로 내일 놀러가니까ㅋㅋㅋ
그렇게 아쉬우면 집에서라도 요가를 하면 될텐데 또 그건 쉽지가 않다. 뭘 하겠다 맘 먹으면 도구부터 사는 편이라 (캠핑 용품도 가득하다ㅎ) 주위를 둘러보면 요가매트, 폼롤러, 마사지볼, 스트랩 등 없는게 없다. 근데 왜 집에선 그걸 펼치는게 그렇게 안 되는지 원.
내가 요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일하는 사무실 아래층에 요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헬스도 등록해보고, 수영도 등록해봤지만 날린돈이 꽤 많다. 근데 바로 아래층에 있으니까 쉽게 갈 수 있어서 그게 참 맘에 들었다. 일단 운동은 가까운 곳에서 하는게 짱이다.
첫 요가를 했던 날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요가 동작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귀에 하나도 안 들리고 (지금은 동작을 다 따라할 순 없지만 각 아사나 이름이 들리긴 한다) 하라고 하는 동작도 번번히 잘 안 됐다. 요가는 호흡이 중요한데 그 타이밍을 못 맞춰서 반대로 숨을 쉬거나 들이마시거나 했다. 막 따라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니 1시간이 흘렀고 마무리로 송장 자세라고 하는 ‘사바아사나’를 시작했다.
몸에 힘을 쫙 빼고 털썩 누워서 눈을 감는다. 생각을 비우고 편하게 호흡을 하는 시간이다. 문득 깨달았다. 요가 처음 시작할 때 하는 5분 명상 동안 해야할 일부터 시작해서 온갖 잡생각이 머리속을 휘저었는데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딴 생각 안하고 동작에만 집중했다는 것을. 동작을 할 때마다 내 몸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편안하게 누워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그 동안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살았구나.’
그 첫 순간을 잊지 못한다. 다른 생각 다 닫아버리고, 내 몸에만 집중하면서 호흡했던 그 경험은 앞으로 자주 빠질 거라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한채, 이거 계속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돌아돌아 2년 만에 진짜 제대로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 첫 시작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