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작업실 매일글쓰기 5
아침에 만난 후배가 “그만두고 싶다”고 선언했다. 그 후배가 하기 어려운 일이었던걸 알고 있어서 조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오늘은 못할 것 같은 그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후배가 내게 했던 첫마디였다. 뭔가 말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음 회의가 있어 이동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퇴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너무 힘들면 어쩔 수 없지. 그만둬야지. 너가 힘들지 않은게 제일 중요해”라는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은 문자를 보냈다.
퇴근 후에 다시 후배를 만나러 가면서 최대한 많이 들어줘야지 하고 다짐했다. 일단 속상한 마음들을 다 뱉을 수 있게 들어줘야겠다고. 넓다란 카페엔 후배랑 나 둘 밖에 없었다. 카페 사장을 안쓰러워하다가 내가 누굴 걱정하나 싶어 마음을 거뒀다.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늘 그렇듯 내가 봤을 땐 잘하고 있는데 본인은 너무 힘든 그런 상황에선 어떤 얘기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 ‘라떼는 말이야’가 난무하지만 현재로선 무용한 말들이다.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쓰임이 생기는 말들. ‘그 때 선배가 왜 그런 말 했는지 알겠다’
후배의 이야기를 쭉 듣고, 진심을 담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다행히 후배는 함께 해보자고 말해줬다. 또 집에 가서 침대에 누우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나와 우리의 행복이 반드시 그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그의 고민, 나의 설득 그 끝에 어쩌면 헤어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나를 보며 제법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후배와 헤어지고 9시, 마지막 요가 아쉬탕가 수업을 들었다. 수련 전 명상, 수련 후 사바아사나의 그 고요한 순간에 계속 그 후배가 떠오른다. 이 고요의 시간에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어서 그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려고 한다. 오늘도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