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내가 그대를 위해
내 몸과 마음을 다했으니,
나를 즈려밟고 가시더라도
내가 그에 슬퍼하지 않으리우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거룩한 희생이지만
단지 그대를 위한 사랑이자 헌신일뿐.
그대를 위해서라면.
진달래 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진달래꽃, 매문사,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