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창고가 있던 곳”
“염전이 있던 곳”
이제는 그저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니는 텅빈 그곳.
내 나이 마흔, 텅빈 옛 염전터처럼
그저 말라있을 내 눈물샘에서
눈물이 흐른다, 젖은 눈에서.
옛날은 지나간 것이 아니다.
말라있던 내 눈물처럼,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소금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