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홍 Stanley Dec 02. 2018

2018년 12월 2일 이병률 “화분”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안 왔으면 좋겠다는 그 날이 결국 와서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이라 나가보지만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왔으면

여한이 없던 그날.

결국 “햇살에 목숨을 내”어 놓는다.


그렇게 봄날은 왔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흘러가는 시간에 따르지만,

조금이라고 늦추고 싶던 그날이 왔다.

화분

            이병률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마음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물처럼 놓였다가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2018년 12월 1일 김행숙 “옆에 대하여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