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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age May 14. 2022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삶에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에 관한 책


#Sage의책갈피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한승혜 지음, 바틀비     


서평집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비평 칼럼집 『다정한 무관심』을 쓴 작가, 한승혜 님이 세 번째 책을 냈다.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삶의 경험을 통과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빚은 글이다. 책에서 언급한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쓰였다.      


작가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찾아 읽고 싶은 소설을 몇 권 장바구니에 담을 수도 있지만 이 책 자체가 서평이기에 앞서 소설을 통과해서 만난 삶의 지점들을 또렷하게 담고 있기 때문에, 글쓴이의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쁨과 감흥의 순간들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릿해짐을 느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문학 전공을 했으나,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 그 공부가 공허하게 느껴지고 소설을 멀리하게 되었다는 부분 말이다.    

  

이거야말로 글에서 만나는 나의 삶의 순간이 아닌가... 나 또한 현실적인 문제로 좋아서 공부했던 것들을 멀리했던 시기가 있었다. 전공책, 관련된 책들을 다 버리고 오열을 하면서 수년간 전시도 보러 다니지 않고, (그 와중에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봤지만) 새로 출간되는 책도 절대 읽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표지조차 마주할 마음의 용기와 기력이 없었다. 그랬던 시기를 거쳐, 취미로서의 애정을 가지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고, 이제는 마음 어느 한구석 불편함 없이 놀 듯이 그림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승혜 님이 소설을 멀리하다가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운명처럼 만난 책을 통해 다시 가까워진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을 다른 분들도 그러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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