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대기실부터 진료실까지
정신과는 다른 병원에 비해 정신과는 인테리어가 따듯하고 편안하다.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아삭아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병원은 요가원 같아
노래 선곡마저 요가원이랑 비슷하다니까
아삭이는 요가원과 정신과가 참 닮았다고 한다. 은은한 향이 나오고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곳에서 각자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간호사선생님의 나긋한 목소리도 요가원 선생님의 톤과 비슷하다고 하니 병원에서 주는 차분한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짐작되리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기를 하다 보면 이름이 불린다. “소리님 2번 방으로 들어가실게요.”
우리 병원 진료실 안쪽에는 선생님이 직접 쓰신 책이 잔뜩 꽂혀있어
내 선생님은 책을 내신 작가님(?)이셔서 진료실 한쪽에 쌤의 책이 잔뜩 꽂혀있다. 여느 때와 달리 인터넷 서점에서 심리 코너를 구경하고 있는데 우리 선생님의 책이 리커버 개정판으로 나와 있었다. 진료 때 선생님께 “쌤 책이 개정되었더라고요~”라고 했더니 그 책을 선물로 한 권 주셨다. 아무튼 이렇게 쌤이 쓰신 책이 꽂혀있는 경우는 드물다 쳐도 정신과나 심리 관련 에세이부터 전문서적까지 진료실에는 많은 서적이 꽂혀있다. 이렇게 많은 책에서 시선을 돌려 선생님을 바라보면 이런 소리가 들린다.
타다다다타다ㅏㄱ탁
아마 진료실 안에서 선생님 목소리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아닐까, 내가 심각하거나 중요한 말을 할 때면 선생님의 타자 소리가 엄청 빨라지곤 한나. 가끔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말하는 도중에 흠칫하기도 한다. 그렇게 열심히 타이핑하시는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진료기록사본이 필요해서 떼어본 적이 있다. 그 첫 장에 충격적인 한 마디가 적혀있었다. ‘본인이 개복치 같다고 함’ 실제로 진료 시간에 “평소 예민하게 굴고 조금만 스트레스받아도 죽고 싶어 하는 제가 개복치 같아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저렇게 진료차트에 적어두셨을 줄이야. 또 어떤 날은 ‘말을 횡설수설함’이라고 적혀있기도 했다. 한편 타이핑 소리를 유용하게 느낄 때도 있는데 내 말의 어떤 지점이 선생님께 중요하게 들리는지를 체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신과의 신기한 점은 병원에서 악이 나온다는 것이다. 원외처방을 하는 병원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정신과 내부에는 자동조제기가 있다. 예전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이 까다롭게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갓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외부 약국에서 정신과 약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 같기도 하다.
요가원 같은 정신과에서 책이 잔뜩 꽂힌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 선생님의 타자소리를 들으며 진료를 받은 후 약을 한 아름 안고 집에 온다. 이게 우리가 병원을 다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