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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은 Oct 25. 2020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예전에 내가 많이 하던   하나가 '진짜?'라는 말이었다. 누가 나한테 무슨 얘기를 해주면 일단 그게 실화인지를 떠보는 것이다. 열심히 얘기를 해줬는데, 기껏  반응은 '진짜?' 혹은 '뻥치지 마~'. 이런 대답에 상대는 김이  세거나 속고만 살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줬다.  반응이 재밌었다.

  초반부, 진실이 기본값이라는 주제의 사례들을 읽을 때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중반부의 투명성에 관한 부분에서는 의심하는  반응에 대한 상대의 태도를 고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마지막 챕터에 도달해서야, 때로는 진실의 기본값을 거스르는 일이 파국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술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브록 터너와 에밀리 ' 사례였다. 우리는 술을 마심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흩트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블랙아웃을 자주 겪기도 했고, 술을 즐겨 마시는데  모든 술에 대한  사랑을 정당화할  있었던 것도 술이 주는 탈억제라는 효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반성의 일환으로 요즘 술을 거의  마시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나는 진실의 기본값 오류는 대부분 자신이 쌓아온 데이터에 자부심을 갖는 일부 엘리트의 오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쿠바 스파이를 잡지 못했던 것도, 테러범을 고문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도 기존에 쌓아온 '지식과 경험' 옳다고 믿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분은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다.  어떤 분은 누군가의 말에 대해서 판단하는  자체게 불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각자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도 배경, 경험과 지식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듯,  개념에 대해서도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진실의 기본값, 투명성 그리고 결합이라는  가지 요인들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기도, 오해하기도 한다. 매번 사람을 대할 때마다   요인들을 고려할 수는 없다. 개념들을 아무리  숙지해놓더라도 만나면  지난 습관처럼 사람을 대하게 될 테니까. 그저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절대로 파악할  없다는 믿음만 일단 새겨놓는  중요하다.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책을 독파하면서, 다 못 읽겠다는 초기 판단 역시 틀렸음을 확인했다. 끊임없이 틀렸다는 점을 체감해야만 우리는 오만해지지 않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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