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노포들에서 공통적으로 보고 느낀 것들
노포(老鋪)를 좋아한다. 말 그대로 늙은 가게.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노포라는 타이틀은 약간 훈장같은 개념이다. 언제든지 믿고 갈 수 있고, 시간의 세례를 받은. 어느 한 식당이 노포 축에 끼려면 최소 업력이 25 - 30년 이상은 돼야 하며, 외관에서부터 강력한 무언가가 풍겨져 나와야 한다.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늘도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 노포라고 불리우는 순댓국집을 찾았다. 가게 외관과 인테리어에서부터 식당의 나이가 체감되었다. 또 식당과 같이 늙어갔을 것 같은 나이 드신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일을 지시하지 않아도, 직원 모두가 가게의 주인인 것처럼 항상 주변을 살피면서 서빙을 하고, 테이블을 치우고, 손님을 받는다. (이런 식당에 처음 방문하면 가게 사장님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동안 꽤 많은 노포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를 꼽자면, 직원들이 오래 일을 했다는 거. 다들 가게만큼 나이가 드셨다는 점. 모든 노포가 이렇다고 공식처럼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내가 자주 다니는 노포들은 그랬던 것 같다. 다들 오래 일하셨던 만큼, 아주 능숙하고 노련하게 일을 처리하셨다. 그렇다고 직원분들이 불친절하신가? 천만에. 오히려 편하면 편하지, 불편했던 기억은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장기근속을 한다는 건 어리석은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고. 커리어를 더 높이 쌓고. 이게 절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왜 노포의 직원들은 큰 변동사항 없이 오래 일을 할까? 노포들은 항상 일관된 맛을 내기 위해서 퀄리티 컨트롤에 엄청나게 공을 드릴테고, 하루하루의 업무량은 말도 안 되게 많을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극도로 비효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젊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일을 시키면, 고된 식당 일을 더 편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안 한다. 그냥 한 번 인연을 맫고, 계속 간다. 그리고 운명처럼 일한다. 얼핏 봤을 때는 모두가 사장 같기까지 하다. 이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를 쌓고, 시스템 유지하고, 다들 사장같이 일을 하면 맛이 변할 수도 없을뿐더러, 누군가 감히 따라 할 수도 없다. 더 나아가서 이런 것들이 쌓이면 이 맛이 누군가의 취향이 되고, 그 맛에 매료된 사람들이 또 다른 누군가를 대려 오면 30-40년이 문제가 아니라 100년도 갈 수 있다.
오늘 방문한 순댓국집에서 이런 생각들이 들었고, 그 걸 같이 먹으러 간 친한 동생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친한 동생이 일하는 회사의 대표가 항상 월급을 제때 주지 않아서 스트레스라고 했다. 망설이지 말고 관둬라고 감히 조언을 했다. 결국 모든 게 사람이 하는 거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거다. 그냥, 노포 순댓국집에서 오늘 이런 생각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