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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Nov 30. 2020

믿어지지 않는 Back to normal

눈물겹다. new case 0, active case 0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다. 10월 말 신규 확진자 수가 0 이 되고 조마조마하게 계속 0을 유지한 지 3주가 되어갈 무렵, 아직 확진 상태에 있는 사람(active case)의 숫자도 드디어 0이 되었다. 신규로 추가 유입이 없는 한, 이곳은 코로나 free 지역이 된 것이다. 7월 초부터 급속도로 늘어나 신규 확진자수가 700명까지 찍으며 전 세계에 유례없는 강력한 락다운(lock down) 조치가 시행되면서, 북한보다 더하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던 곳이다. 멜번이 속해있는 빅토리아주 이야기다.  


거의 4개월 동안 이어진 락다운은 1, 2, 3, 4단계까지 갔었다가 10월부터는 신규 확진자수가 두 자리 숫자로 줄어들면서 점차 완화되어갔다. 4단계에서는 정말 사람이 이렇게는 살 수 없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고립되었었다. 식료품을 살 때나, 운동하러 공원에 나갈 때 이외에는 밖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도 두 명 이상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친구의 집을 방문할 수도 없고, 그나마 혼자 사는 사람들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고려해서 single household bubble이라는 것이 생겨서, 지정한 친구 한 명의 집에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조심해야 하는 그 시기에 다른 집에 가는 것 자체가 민폐처럼 느껴져서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갈 수 없었다. 그나마 나는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우리는 24시간을 붙어 있으면서, 온라인 교육을 하며 삼시 세끼, 간식 두 끼를 먹으면서 친구도 되었다가 적도 되었다가 조울증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없었으면 조울증이 아니라 울울증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4개월을 보내고, 점차 규제가 완화되어 이제 마지막 단계인 back to normal 단계로 거의 접어들었다. 오늘부터 아이들은 모든 학년이 예전처럼 같은 시간에 등하교를 하고, 학부모들도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레스토랑, 가게들도 모두 문을 열고 이제는 그동안 떠나간 일손을 다시 찾기 위해 바쁠 정도이다. 여전히 1.5M 거리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해야 하지만, 거리에 상점들이 열어있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유롭고 신선한 기분을 선사한다. 왠지 활기찬 사람들의 발걸음과 마스크 속에 감춰져 있던 그 미소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모르는 사람하고도 눈만 마주치면 한껏 웃으며 말을 건넨다. 락다운 기간동안 알게된 어떤 사람은 그동안 마스크 위로 눈만 보다가 입을 보게 되어 못 알아본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극심한 락다운과 back to normal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 바로 '지금'의 중요성이다. 언제 또 갑자기 바이러스가 침입할지 모르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이 충분히 가능한 지금, 우리는 이 짧을 수도 있는 정상 생활을 즐겨야 한다. 그동안 가슴 졸이며 고대해왔던 이 순간을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루에 주어진 24시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고작 몇 가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안부를 묻고, 평소 필요했거나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가고 싶었던 미술관이나 동물원을 가봤자, 하루나 단 기간에 모두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하루 24시간은 여전히 대다수의 일상생활에다가 약간의 여가생활로 이루어진다. 


처음 며칠은 무엇을 할까 무척 기대하며 고민했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할 정도로 큰 변화는 없다. 다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유 자체가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하나씩 즐기면서 한다. 예전에는 좀 멀리 보고 몇 달 뒤나 일 년을 계획했다면, 이제는 그보다 짧게 이번 주, 다음 주, 또는 한 달 할 일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우선순위는 ‘코로나 상황이면 못 할 것들’ 중에서 고른다. 그러다보니 사람들과의 만남, 동물원, 미술관, 영화관 등의 관람시설, 집안 인테리어 쇼핑, 여행 등이 우선순위에 들어간다. :)   


(이상하게도 호주와 한국은 상황이 정반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한국의 가족이나 친구들 만나기가 어려워서 너무 아쉽다. 한국도 얼른 상황이 나아져서 쌍방향으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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