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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Aug 12. 2021

글쓰기를 중단하고 내게 일어난 일들

글쓰기는 운명인가

글쓰기를 멈춘 지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일하느라 바빠졌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글쓰기를 미루다가 두 달만 바쁜 것 끝내고 하자 하고서는 여섯 달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러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워드 파일을 열기까지 있었던 나의 변화에 대해 기록해 두려고 한다. 다음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나 자신에게 상기시켜 줄 수 있을 것이고, 혹시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먼저 글쓰기로 마음을 먹고 쓰기 시작하고 나서 나타난 변화에 대해 되짚어 보려 한다. 처음에는 글을 시작하는 것부터 더디고 어색했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을 루틴으로 만들고 나서부터는 글 쓰는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글을 쓰는 동안은 다른 잡생각에서 벗어나서 좋았고, 속으로만 삭이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데서 오는 묘한 해방감 때문에 내면의 상처가 조금은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를 통해 인생의 해답을 얻었다거나 아이디어가 번득번득 생각나는 거창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는 느낌이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또한 책을 읽는 시간과 글을 쓰는 시간 동안만큼은 집중할 수 있고 외부의 상황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때의 느낌과 생각을 기억해두도록  애쓰고 메모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가더라도 내가 남긴 글이 차곡차곡 쌓여 가기에 무엇인가를 했다는 왠지 모를 뿌듯한 성취감이 생겼다. 내 주변의 무엇이든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일상이 늘 새롭게 다가왔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내가 주체적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글을 가장 많이 썼던 기간이 락다운 기간이었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장 드물었던 때였다. 뒤집어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의 교류가 차단될 때 더 글쓰기를 원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해서 이 부분은 내가 극복해야 할 몫인 것 같다. 결핍이 없더라도 쓰기를 갈구하도록!  


그렇다면 글쓰기를 중단하고 나서는 어땠을까?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일단 그 전과 가장 다른 점은 시간이 훨씬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냥 바빴다’이다. 실제로 바빠지기도 했지만, 어느새 또 내게 주어진 일 중심으로 내 일상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글을 쓰지 못하는 핑계가 하나 둘 늘어가고 더 중요하고 급한 일들이 내 일상을 차지했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거기서 오는 만족감과 장점이 분명히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만나지 않아도 되었던 경우도 많다. 글 쓰는 시간을 내지 못할 만큼 시간을 다 할애해야 하는 것이었나 물으면 그렇지는 않은 것이다. 


그냥 바쁘게 지나갔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내 삶을 내가 주체적으로 살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글을 안 쓴 지 3-4개월이 지나자,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고 정리하는 것 자체가 귀찮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 수준으로 그냥 지속되었다면, 아마도 나는 계속 글 쓰는 것을 미루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는 스트레스의 증가와 몸의 신호였다. 나도 모르게 쌓이고 있던 부정적인 작은 감정들이 비워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서 몸에 이상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참 정직하기도 한 내 몸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어느 날 나를 응급실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병원에 있는 며칠 동안은 코비드 덕분(?)에 모든 세상과 차단될 수 있었다. 면회는 하루 한번, 한 명하고 2시간만 허용되었다. 심지어 아이와도 떨어진 채 오로지 나 혼자만 병실에 남겨진 것이다. 그렇게 되고서야 비로소 나의 생각이 나 자신에게로, 느리지만 집중적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증상이 심각한 옆 침대 환자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다시금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뭣이 중한디.. 웃기는 이 한마디가 가슴속을 쿡 찔렀다. 그래 내가 가장 중한디. 내가 나를 돌보지 않았구나. 


깨달음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의 몸, 나의 정신, 인생을 건강하게 사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이 두 가지를 내가 소홀히 대했던 것이다. 밥도 대충, 잠도 대충자며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던 내가 나에게 미안해졌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 나는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글 쓰는 동안과 그 후에 확연히 차이가 났다. 돈도 안 드는 이런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늦게라도 이렇게 중요한 사실들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글쓰기에 게을러지지 말자고 다시 다짐한다. 설령 게을러지더라도 얼른 알아차리고 나는 늘 이 자리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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