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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Dec 06. 2020

ep.9 사생활은 포기하세요

제주는 면적대비 인구수가 적다. 아니 그냥 인구수가 적다. 내가 어릴때엔 겨우 50만을 넘다가 지금은 70만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면적은 서울의 3배인데 인구수는 약 67만 밖에 안된다. 통계청에서 자료를 찾아보면 다른 지역은 백만 단위에서 놀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현저히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길을 걸을 때엔 누군가와 부딪힐 염려가 없다 못해서 번화가가 아닌 이상 휑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인구가 적은 것은 쾌적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한 점도 있다.


제주도의 인구가 대략 67만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로 인간 관계의 폭이 굉장히 좁다. 대부분 토박이들이 살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지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오랜만에 보는 친척도 우리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명절때만 되면 나이랑 학교 어디가는 것은 왜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런 것도 기억해주시면 안되나요...?


친구가 겪었던 일화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 집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동네 어르신이 친구 엄마한테 치마가 너무 짧다고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 사실 그정도 길이는 그 나이때 여자들은 흔히 입는 길이지만 어르신 눈에는 영 마땅찮은 모양이었다. 제주도는 가부장제가 다른 곳에 비해서 심한 곳임을 잊지말자...


그 외에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살이 너무 쪘다는 둥..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전하기도 하니 '아니 요즘 시대에 누가 예의없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라고 생각한다면 이곳에서는 해탈을 하던지 자신만의 대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파트에서 사는 집은 다를 수도 있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아파트에서도 살아본 입장으로서, 주거 형태의 문제보다는 이주민이 많이 사는 곳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 나도 아파트에서 살아봤지만 아파트에도 주변에 아는 사람들 천지라서 사생활에 영 도움이 안되었다.


지금은 더 시골에서 살고 있으니 아예 내려놓고 살고 있다. 하하하.


아파트에서 살았을때 좋았던 점은 불청객은 대응을 안하면 그만이었는데, 이곳은 문을 열어줄때까지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집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본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집에 대문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집 쓰지 않는 창고가 더러워서 막아놓은 곳이 있는데 굳이 마당까지 들어와서 그것을 열어보고 간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 우리집에 왜 대문을 만들어 놓았냐고 항의하듯이 물어본 사람이 있었는데 '당신 같은 사람때문에요.'라고 하려다가 속으로 꾹 참았다.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엄마는 십수년째 제주도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사생활 없음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나도 그렇다. 


나는 분명 학교에서 누구 집을 방문할때 전화해서 물어보고 가라고 배웠던것 같은데 여기는 물어보지도 않고 집에 불쑥 방문한다. 


그리고 너무 깊은 질문을 하는 문제점도 있다.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것인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본다거나 기어코 수소문해서 알아내려 한다던가. 이것은 근데 만났던 사람의 성향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너무 흔하게 겪었던 일이라서 일반적이라고 해야할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오고가기 때문에 인식의 변화가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는 빠를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소위 말해서 고인물이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통하는 매너가 여기서는 안통할 수도 있다. 깨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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