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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Nov 30. 2020

ep.8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니!

정말 나는 비 오는 날이 싫다. 그렇다고 해서 비가 안오면 가뭄이라는 문제가 생겨서 채소값이 오르고, 여름에는 적당히 더위를 식혀줄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가 적당히 내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오는 날이 정말 싫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낭만적인 장면을 상상했다면 제주도에서는 그런 환상은 내려놓아야 한다. 바람이 안 부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바람 때문에 비가 사선 혹은 옆으로 내려서 (정말 오버하는게 아니라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비가 옆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우산을 왜 쓰고 가나 생각할 때도 있다. 다른 때에는 잘 못느끼다가 비오는 날이면 차가 없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비도 너무 많이 온다는 것이 단점이다. 고사리 장마라고 해서 봄에 한차례 장마 기간이 지나고 나면 머지 않아 초여름이 오고 장마가 시작된다. 올해는 더군다나 비가 너무 지긋지긋하게 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같은 고충을 겪었다고 하니 정말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긴 했구나 싶었다.


초등학생때 사회 시간에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에 속해 있다고 배웠을 땐 그냥 '다른 곳보다 따뜻하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흘러 중학생때 체육시간에 열심히 수업에 참가하고 잠시 운동장 계단에 앉아 있을때 저 멀리서 먹구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근데 그 색깔이 너무 까맣고 웅장해서 무서웠다. 그때 지나가던 국어 선생님이 '저건 동남아 날씨에서 볼 수 있는 스콜인데 제주도도 동남아 날씨가 다 되어가고 있나보다'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체육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하늘 전체가 검어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그런 경험을 한번 겪고 나서 스콜이라 불리던 기상현상이 빈도가 점점 늘어나더니 최근에 들어서는 제주도도 진짜 동남아 날씨가 다 되었구나 생각할 정도로 정말 뜬금없이 비가 내렸다. 갑자기 내렸다가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그치고 도라방스 날씨가 흔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나는 여름에는 그냥 접이식 우산을 가방속에 항상 넣고 다녔다.


비가 많이 오면 문제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선생의 번식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사실 바선생은 화산폭발에도 살아남았다고 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긴 하다. 번식이 용이하다는 것과 무관하게 비가 오는 날이면 실내에도 자주 출몰하니 단독 주택에 사는 사람으로서 정말 난감하다.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지... 듣기에 작은 틈만 있어도 몸을 구겨서 어찌저찌 들어온다는데 굳이 그래야 했을까. 왜 그러는겁니까 바선생.


그리고 더위와 비가 콜라보를 이루면 모기도 많이 생긴다. 모기는 물 웅덩이에서 알을 낳아서 번식한다고 한다. 모기가 어떻게 비에 친화적인지는 모르겠으나 평소보다 비가 오는 날이면 현관 방충망에 모기가 많이 붙어있다.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밤에 쭉 자본 적이 드물다. 항상 새벽에 한번씩 깨서 모기를 잡아야 했다. 액상으로 된 모기약을 틀어놓고 자도 되기는 하지만 그건 사람에게 좋지않아서 가급적이면 안쓰려고는 하지만 귓가에 정말 심하게 웽웽대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는 한다. 모기는 왜 생겼는지 정말 바선생과 더불어서 하등 쓸모없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동물 입장에서는 인간도 별 쓸모가 없을 수도 있겠다.


위의 이유들로 비오는 날이 싫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습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비오는 날이 싫은 것일 수도 있다. 화장도 금방 무너지고, 앞머리가 있으면 아침에 세팅하기가 무섭게 처지고, 옷도 금방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제습제나 공기청정기가 필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내려놓으면 또 그건 그것대로 적응이 가능하다. 생활이 생각대로 완벽할 수가 없다. 특히 자연과 밀접하게 지낼수록 자연의 변화에 민감해지게 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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