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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Nov 19. 2020

ep4. 제주의 가을풍경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참 좋아한다. 더위가 식어가고 아침, 저녁으로는 찬공기가 피부를 감싸면서 코를 통해 폐로 전해지는 그 계절말이다. 너무 차갑지 않고 딱 시원하다고 느껴질 그 정도의 기온이 느껴지는 계절은 아쉽게도 뭐가 그리 급한지 금방 지나간다. 무엇이든 딱 아쉬울 만큼만 느껴보는게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이 무색하게도 나는 가을에 더 집착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낙엽, 단풍, 코스모스, 억새 등등 가을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정취들 때문에 가을을 애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 가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도 얼마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니 더더욱 필사적으로 가을을 느끼려고 하고 있다.


가을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가을에는 유독 이별에 관한 노래가 많이 나오고 히트를 친다. 하지만 나는 이별에는 계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밝은 노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을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한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이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이문세가 부른 것이 원조이긴 하지만 나는 서영은 버전의 노래를 먼저 접해서 가을이 오는 시기에는 꼭 서영은이 부른 그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듣고 다니고는 한다. 아이유가 리메이크 앨범에서 <가을 아침>이라는 노래를 발매하고 나서는 그 노래도 꼭 넣어다닌다.




'나 가을 타나봐. 요즘 외롭네' 이런 말이 관용어로 굳어질 정도로 '가을 = 외로움'이 공식이 된 것 같지만 가을러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가을이야말로 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에 살고 있는 내가 추천하고 싶은 가을 정취는 오름과 어우러져 있는 억새를 보러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한라산을 알록달록 물들어 놓은 단풍도 풍경이 좋기는 하지만 한라산은 난이도가 높아 엄청 맘먹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함께 가는 사람이 누구던지 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름을 추천하고 싶다.


제주도에서 억새 명소로 대표되는 곳이 새별오름과 산굼부리가 있다. 명소라고 알려져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두곳 중에 하나를 방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외에 면허가 있고 계획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 하는 것도 추천한다. 억새가 어느 한곳에 몰려 있기 보다는 차로 다니면서 마주하는 풍경도 장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운전자들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아직은 익지 않은 억새


억새를 보고 싶다면 장소도 중요하지만 시기도 중요하다. 무조건 가을에 간다고 기대하는 풍경을 볼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억새를 떠올렸을때 아이보리 색깔을 가진 포근한 느낌의 억새를 보고 싶다면 11월 초에서 중순에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자연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11월 초에 가도 소위 말해서 익은 억새를 못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늦게 가면 금방 겨울이 온다. 그래서 시기를 잘 맞춘다는 것이 어렵기에 그냥 참고로만 알아두면 좋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것은 상상했던 억새를 만나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마인드가 제일 좋기는 하다.




제주의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 하나 더 있다. 그곳은 바로 바다이다. 흐린날의 바다가 아니라 아주 맑은 날 바닷가를 방문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이 서쪽이든 동쪽이든 상관없다. 가을 바다가 주는 느낌은 여름 바다가 주는 것과 다른 느낌이 있다. 여름 날의 바닷가는 피서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라면 가을 바다는 그래도 사람이 덜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해변 정리를 여름보다는 덜 하기 때문에 더러워 보일 수는 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sns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개인 활동을 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형태로 변했다.



가을바다가 주는 느낌은 여름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생기랑은 다르다. 여름바다는 아무래도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가 열려서 그런지 밤늦게까지 활기차지만 가을 바다는 차분하다. 그리고 위안을 주기도 한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마음으로 스며들어 마음까지 차게 하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냥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만 바라보아도 평온해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단순한 행위가 마음의 위안을 줄때도 있는것 같다.



이상기후에 관련된 뉴스를 접할때마다 내가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누리는 이 풍경들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까, 올해가 마지막이 되려나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내가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제주는 사계절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이게 욕심이라고 해도 세상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 모습을 지켜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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