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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기록 Nov 22. 2021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_ 호원숙 작가

책 리뷰라 적고 내 얘기 실컷하기


호원숙 작가의 엄마는 소설가 故 박완서 작가다.

엄마가 대단한 소설가다보니

누구의 딸로 얼마나 많이 불리었을까.


명색이 박완서 작가의 딸인데

작가가 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기대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작가는 엄마의 이름에 가려져

엄마의 문학적 재능에 비교당할 때

얼마나 좌절 했을까 싶다.

작가도 인간이라 때론 엄마에게 질투도 있었겠지.

물론 이런 얘기는 이 책에는 없지만

호원숙 작가의 다른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해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은

작가가 어릴적부터 먹고 자랐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이라 엄마와의 추억 얘기도 많다.

아마 박완서 작가의 많은 팬들은

딸의 에세이에 간간히 등장하는 박완서 작가의

흔적을 탐닉하려고 읽는지도 모른다.

박완서의 딸이 아닌 보통의 작가가

어릴 때 뭐 먹고 지금 뭘 해 먹고 사는지

궁금해 할 이유가 없을테니 말이다.

부제가 '엄마 박완서의 부엌'

출판사는 박완서 라는 세 글자를 놓칠리 없었겠지.

주방이라는 단어 대신 부엌이라는 표현이 좋다.

부엌하면 부뚜막, 아궁이부터 떠올라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작가는 어릴 적 아궁이가 있는 한옥집에 살았는데

보문동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나도 어릴 적 아궁이가 있는 흙집에서 살았다.

군불을 때서 밥을 짓고

아궁이 속 잔불을 부지깽이로 톡톡 다져서 

전어를 굽고 군고구마도 구웠다.

생솔로 군불을 때다가 매캐한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부엌을 뛰쳐나갔던 기억,

따뜻한 아궁이 속에서 낮잠을 자던 고양이가

놀래서 뛰쳐나오기도 했던 부엌.

때론 흥얼거리며 

때론 술꾼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밥상를 준비하셨던 엄마가 가장 빛났던 곳, 부엌.


이 책을 읽다가 오래전 담아두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11월 짧은 해가 늬엿거릴 때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길을 걷는데

곧 헐릴 마을은 온통 회색빛인데

낡고 바랜 슬레이트 지붕 위로 하얗게 피어오르던 연기와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 매달린 주황색 감이 

불 밝힌 전구처럼 집집마다 비추는데 

수묵화 같은 마을이 수묵담채화로 보였다.

익숙한 마을의 낯선 저녁 풍경이 따뜻한 그림 같았다. 





책에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많이 인용했다.

작가는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을 엄마의 소설 속에서 만나면

소풍날 보물찾기에서 쪽지를 찾은 것처럼 좋아했다.

독자에게는 상상의 영역이지만

작가는 직접 먹어보고 만들어보고 했으니

얼마나 감회가 남다를까 싶다.


어릴 적 먹고 자란 음식이 평생의 입맛을 좌우하긴 하나부다.

나는 어릴 적 김치만 먹고 자라서 그런가

지금까지도 김치가 제일 맛있다.

소박한 입맛을 물려주신 엄마에게 감사해야 하나?

김치 외에 느끼한 음식을 거부하는 까다로운 입맛을 저주해야 하나?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부지런히 밥을 하셨는데

나는 왜 이렇게 음식하는 게 힘겨울까?

남이 요리하는 것을 보는 것도 피로하다.


혼자 살면 삼시 세끼 차려 먹는 게 가장 일일 거 같다.

그 반복적이고 번잡스러운 일상을 정성스럽게 해내고

정갈하고 품위있게 식사를 즐기는

혼자 사는 사람은 뭘 해도 잘 할 거 같다.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홀로 사는 연로한 할머니가

밥상에 반찬통째로 올려놓고 식사를 하시는데

그 밥상이 그렇게 쓸쓸해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 먹더라도 힘이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찬을 덜어 먹자고 또 되새기게 된다.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띵시리즈 7)(반양장)저자호원숙출판세미콜론발매2021.01.22.


가장 일상적인 게 가장 소중하다는 걸

음식을 통해 말해주는 책.

매일매일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정성스레 밥을 하고 차려 먹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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