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기록 Jun 06. 2024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 2권을 찾아서

엄마와 딸



2018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를 발견했다.

4권 세트를 2권만 쏙 빼고 구입했을 리 없을텐데 2권만 비어 있었다.

2권을 구하려고 지역 도서관을 찾아봤는데 성남시 모든 도서관에도 2권은 없었다.

동묘 구제시장에서 정품 샤넬백을 찾듯 인터넷 서점을 뒤졌는데도 못 찾았다.

예전에 박완서 작가 관련 책이 절판되어 출판사에 문의한 적이 있는데

절판된 책은 출판사도 뾰족한 수가 없더라.

2권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았다.

열정적 검색 끝에 서울에 있는 도서관에 2권이 있다는 걸 찾아냈다.

평일 오전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동대문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서울시민이 아니라서 대출이 되지 않아

타이핑 하듯 꼼꼼히 읽느라 만화책 한 권을 다 못 읽고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돌아왔다.

오가는 시간, 차비, 밥값, 커피값이 책값 보다 값진 소비를 했다.


2권 반납 안 한 사램아,
당신 때문에
여러사람 피곤하데이.



이렇게 어렵게 읽었던 책이

거의 5년 만에 재출간 되면서

14만부가 팔리는 기적을 일으켰다.

절판되고 묻혀있던 책이 어떻게

독자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었을까?

좋은 책을 알아보신 김영하 작가님이

<알뜰신잡>에서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고 호언장담 하셨다.

재출간 된다는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뻤다.

이미 다 읽었지만

김은성 작가님 커피값이라도 하시라고

<내 어머니 이야기> 4권 세트를 집에 들였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반값 중고책의 유혹을 이겨내고

소중한 인세가 작가에게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만화책이고 그림체가 판화 같다.

만화책 치고 글밥이 많고

함경도사투리가 입에 붙지 않아서

처음에는 두 번, 세 번 읽어보게 된다.

작가의 어머니는

일제 식민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었고

처절했던 그 시대를 오롯이 살아낸

한 사람의 살아있는 역사서다.

삶이 너무나 고되고 처참한데도

웃음이 깃들어 있어 더 뭉클했다.

참으로 강하고 따뜻한 어머니를

둔 작가님이 부러워진다.

그런 엄마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늙은 딸의

사랑스러움도 알알이 박혀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엄마를 많이 떠올리게 하는 책으로

주인공인 어머니는

목숨을 내어줄 듯 엄마를 사랑한다.

대개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데

이 책은 자식이 엄마를 사랑하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한국전쟁때 엄마와 생이별을 하고

지금껏 그 한을 가슴에 끌어안고 산다.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무덤을 파서 엄마 뼈라도 만져보고 싶다.”

나는 이 한마디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꼈다.   


  

 


“보천개 사램아”


남한에서는 부산에서 시집 온 사람을

'부산댁'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지명에 사람을 붙여서

개성에서 온 사람을

‘개성 사램아’

부르는 것이 정겹다.

한 번씩 창원에 내려가면

내 친구 ㅇㅇ이가 나보고

‘서울 사램아, 서울 사램아’

부르는데 그렇게 웃길 수가 없다.     





보따리를 싸들고 훌쩍훌쩍 울면서

친정으로 가는 어린 새댁의 슬픔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4권 세트 정가 6.2만

세일해서 5.5만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보통 책값의 10%로 알고 있다.

내 돈은 아니지만 자동으로 14만부 곱하기 인세를 해보게 되는데...그러지 말자.

작가의 다음 작품 활동에 힘이 되고 생활이 되는 소중한 인세.

돈은 곧 마음이고 저는 마음을 드린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날의 클래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