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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Mar 14. 2022

삶은 계속되고

오늘 오전 남편과 다섯 살 난 막내와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대기인원이 무척 많아 나도 막내도 지쳐가고 있을 때

병원 대기실을 환하게 비춰주는 아이가 들어와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보호자분께 여쭤보니 이름은 하은이고, 태어난 지 6개월이 되었고

하은이 엄마가 코로나 확진이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보고 계신다고 했다.

쪽쪽이를 입에 물고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하은이를 보니

아이가 이렇게 예뻤나... 싶었다.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를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저

예뻤다...



두 살 터울로 아이 셋을 낳고 키우면서

나는 많이 힘들고 많이 외로웠다.

아무도 오지 않는 아파트 안에서 베란다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

아기가 예쁜 줄 모르고

젋었던 내가 예쁜 줄 모르고

그렇게 8년을 보내고

나의 삼십 대도 그렇게 흘러갔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하은이를 보며

그렇게 흘러간 나의 시간들이 소환되는 것 같았다

힘들지만 예뻤던 소중한 시간들...

어느새 아쉬움과 후회가 짙어진 지나간 시간들


좀 더 사랑할 걸

좀 더 예뻐할 걸

좀 더 다정할 걸...


병원 안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하은이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아가야. 너의 삶에 축복이 가득하길.

"하은아 건강하게 잘 자라라"

라고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갔다.


지금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덜 후회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난 8~9년 동안

충분히 너 잘 살았고

충분히 너 아이들 많이 사랑해줬어.

충분해.


지금 아이들의 모습도

지금 너의 모습도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예쁘다.

우리, 지금 잘 살자.

코로나라는 시대 상황에도

사랑이 있고 삶이 있는 것처럼

쉽지 않은 사건사고들이 있음에도

삶은 흘러가는 것처럼....

지금 내 앞의 삶을

잘 마주하고, 잘 알아주며

그리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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