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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Sep 24. 2022

마음이 흐르는 대로 1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 정신 의학과 조교수인 지나영 교수님의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




오히려 내 인생은
실패와 의외의 기회로 점철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나는 다만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고,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했으며,
마음이 흐르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 내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비결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난 것',
오직 그것뿐이다. 



내가 욕심이 생기고, 조바심이 생길 때는 언제인가?를 돌아보면, 나는 부족하고,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부정적인 마음이 들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한다. 그리고 역시 나는 안되지... 라며 자책하고 나는 더 부족하고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나를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 나의 내면을 믿을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겨본 적이 있던가?


내가 지나영 교수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계시듯, 대단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을 삶을 만족하고 사랑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신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모두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존엄"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하신다.


내가 나 자신을 존엄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한국 사회는 조건부 존엄, 조건부 사랑이 있는 것 같다. 존엄과 사랑은 절대적인 가치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공부를 못해도, 실수를 해도, 못생겨도, 뚱뚱해도, 가난해도 그것은 나의(그리고 나아가 모든 인간 그 누구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외부의 조건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에 더 집중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실패를 존재의 실패로 여기지 않고, 다시 일어날 힘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존재로서 가치롭게 여겨지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지금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로 가는 길이
반드시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열정을 품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없던 길이 열리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는 것.
누구도 가지 않는 길, 위험하다고 모두가 회피하는 길,
실패가 자명한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일도 많으니까 말이다. 




어릴 적 유치원 생일잔치가 떠오른다. 생일인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나는 나는 무엇이 되겠다는 노래를 불렀다.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간호사 아니면 선생님이었고,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대통령 아니면 과학자였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내가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공부를 안 하면 삶이 실패할 것 같은, 좋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에 나는 내가 아는 안전한 길만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그 길만을 걸어가며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온 것을 느꼈다. 최선을 다해 세상이 바라는 길을 걸어갔지만 행복하지 않았고, 이 길이 위험해질까 걱정했다. 열심히 살아도 즐겁지 않고 내 안에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듯했다.


  



"구름의 뒤편은 반짝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역경이든 그 속에 희망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나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이라 믿고,
시간이 지나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당장의 불행이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더불어 원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마냥 좋은 일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돌이켜 보면 내가 겪은 각종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이
내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모범생에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살았던 내가, 요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너무 아프고 괴롭고 외롭다. 세상이 날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이 좋고, 그 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내 안의 동기가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그리고, 실패를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하던 습관을 점점 내려놓게 된다. 실패도 성공도 내가 결정할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그냥 하는 거다. 이런 나의 진심이, 내게 맞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지금은 실패와 고통의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나를 훈련시키는 것이라 믿는다. 내게 더 큰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 열린 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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