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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찌개 May 07. 2019

01_ 시작

"당신은 왜 요가를 하려고 하나요?"

직장 후배였던 한 친구는 야근을 하거나, 회식이 있을 때마다 요가를 하러 간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늦은 시간 회식 자리에서는 그 친구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늘 요가를 하러 간다고 해서 운동을 참 열심히 하나보다 했었는데, 그 친구 몸을 보면 썩 믿음이 가진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요가를 하러 간다고 하면, 빨리 퇴근하고 싶은가 보다 했다.


나는 10여 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나에게 요가는 헬스클럽과 같은 것이었다. 운동이 필요하다 싶을 때 학원처럼 등록해두고, 의지가 생길 때 가는 곳. 해가 바뀔 때 의지가 솟구치다가 한 달도 안 되어 사라지듯, 파도처럼 요가는 나에게 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늘 그러다가 이번엔 좀 달랐다.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오자 병원을 찾았고, 디스크라고 했다. 병원을 다녀도 썩 나아지질 않았다. 나는 내 몸이 망가진 원인을 알 것 같았다. 반년 정도 일에 심하게 몰두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요즘 말하는 워라밸이 무너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시 균형을 잡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이 사라지니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쉬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요가원을 등록했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아도 큰 진전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몸에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이 줄었고,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요가원에 가다 보니 일상의 패턴이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요가를 할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대단한 명상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 시간 정도 요가 동작을 할 때는 몸에만 집중하고, 틈틈이 휴식을 취할 때는 내 마음을 찬찬히 돌아보고 있었다. 퇴사를 하면서 복잡하고 힘들었던 마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변했다.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쓸모없는 것 같고, 다가올 미래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요가를 하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고 다가올 시간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요가를 할 때의 내 마음 상태가 참 좋았다. 그게 신기해서 요가와 명상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요가원은 동작에 대한 질문 이외에 깊은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다가 요가수련의 정석이라고 하는 <요가 디피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요가 디피카>에는 요가에 대한 기본 개념들과 수행을 위한 요가 자세들, 호흡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러나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운동으로써만이 아닌 다른 요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한 때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시작보다는 지속과 끝맺음. 그런데 지금은 시작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겨진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몰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몰입하는 행위 자체로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완독 한다고 해서 요가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기서는 <요가 디피카>를 읽으며 새롭게 알고 느낀 것을 글로 나누려고 한다. 


누구나 살면서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과 공간을 늘 남겨놓았으면 좋겠다. 요가하러 간다는 말이 퇴근을 위한 변명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이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듯이, 요가하며 살 권리를 누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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