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의 끈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함께했던 내 20대가 다 쓸모없는 시간이 돼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고, 인연이 끊어지고 나서도 그걸 깨닫는데만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들 속에서 미움받는다는 느낌을 수시로 받아왔다. 착한 사람들 속에 있는 이기적이고 나쁜 아이라는 암묵적인 표현들을 나는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관계를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사회성 떨어지는 사람이란 인식을 받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한동안 나는 오랫동안 관계 맺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으로 자부심 같은걸 느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때가 온 것 같다. 모든 것은 그때 끝났고, 아무것도 남은 것은 없다.
그들의 말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내 가슴에 콕 박혀서 아직도 수시로 떠올라 눈물을 빼는 것처럼 그들도 내 말에 아프고 서운하고 분노했겠지.
그들은 나라는 사람을 지우고, 아니 배은망덕하게 도망친 나쁜 년으로 만들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들의 자리를 지키면서 살 수 있었을 거다. 그들은 여럿이고 나는 혼자였으니까.
희미하게 흩어진 기억들을 곱씹어 볼수록 그 사람은 그들은 날 참 미워하고 그걸 표현하고 있었구나. 사랑 또는 우정은 찰나에 불과했구나 싶다. 왜 나는 직접적으로 얘기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돌려 말하는 거부의 표현을, 아닐 거라고, 그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을까.
어제는 오래전에 본 그 사람들이 꿈에 나타나 큰소리로 인사를 했는데 날 무시하고 모른척하며 가버리는 모습을 봤다. 그래. 그거야.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거야. 그걸 이제 알았니.
나의 멍청함에 놀라고. 그 긴 터널 같은 시간을 견디고도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또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