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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Jan 04. 2024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역할

나의 첫 트레바리 북클럽 <기획의 실마리> 후기 

이 글의 BGM으로는 아이브의 <I AM>을 권합니다. 

다른 문을 열어
따라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하루하루마다 색이 달라진 느낌 

- I AM 가사 中




들어가며: 트레바리에 가다 


연말연초라 자기 계발에 의욕이 커지기도 하고, 또 한 번의 퇴사와 이직을 앞두고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개인 역량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도메인'이다. 연이은 짧은 경력도 물론 고민이지만 그것보다는 커리어를 설계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 의사결정을 하는 내 시야가 아직 좁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역량을 높이는 게 지금 가장 필요할 것 같았다.


담당하는 산업과 핵심 제품이 계속 바뀌다 보니 나에게 어떤 도메인이 잘 맞는지, 잘 해보고 싶은지 계속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부딪혀보며 나만의 정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연차의 사람들의 경험을 듣는 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임팩트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여러 도메인의 프로덕트 매니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경험은
어디로 가야 얻을 수 있나?


이때 함께 일했던 분의 전 직장이 트레바리였는데, 독후감을 써야만 참석할 수 있다고 알려주어 홈페이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적합해 보이는 한 북클럽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획의 실마리>는 

포털서비스부터 커머스, SNS, 메신저, 푸드 서비스까지 다양한 도메인을 경험하신 한 서비스 총괄분께서 운영하시는 북클럽이다.

클럽 소개
: 커리어를 고민 중인 기획자라면 내게 잘 맞는 도메인은 어디일지, 기획 역량을 올리고 싶을 땐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겁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더 효과적인 방법은 있죠. 서로 다른 환경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며 방향을 잡아가면 됩니다.


마침 딱 2자리가 남아있다 하여 얼른 신청하였다. 트레바리를 통해 총 4시간씩 4번의 북클럽을 신청하는데 드는 비용은 350,000원이다. 1권의 책에 대한 4시간짜리 토론을 나누기 위한 비용이 87,500원인데, 이는 내게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첫 번째 책 <기획자의 독서>를 읽고 독후감을 제출했다.



 


트레바리의 강남 아지트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역할 

첫 클럽에서는 책 <기획자의 독서>를 읽고 세 가지 질문에 대해 토론하게 되었다. 


Q1.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기획자가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사실 친구들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단순하게 웹사이트나 어플 기획한다고 말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기획자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의 제품 단계에서
더 큰 성장을 위한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 답했다. 



'지금의 제품 단계'

나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세 곳의 직장을 다녔다. 그런데 그 때 마다 내가 하는 일은 조금씩 다 달랐다.

첫 직장은
내가 맡은 탐색퍼널에서 더 많은 유저들이 그다음 퍼널(결제)로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그런데 웬만한 기능이 이미 다 구축되어있다 보니 주로 문제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A/B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두 번째 직장은
MVP로 시작한 신사업을 맡았다 보니 유저의 탐색에 있어 당연했던 기능들이 없었다. 그래서 추천 모듈, 예약 기능, 프로모션 배너와 기획전, 찜 등 보편화된 탐색 기능을 플랫폼 양 고객, 어드민간의 연결성을 고려해 만드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세 번째 직장은
사업기획 초기 단계 때 합류했기에 해당 시장의 크기를 조사하고 잠재 고객들이 겪고 있는 폐인포인트를 찾기 위해 유저 인터뷰를 하며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제품 단계가 달랐기 때문에 

하는 일도 달랐던 것이다. 

아기로 비유하면 첫 직장에선 기어가던 아기를 걸음마를 뗄 수 있게 도와준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라 기어볼 수 있도록 먼저 굴려준다, 세 번째 직장은 아직 형체가 미미한 초음파 사진 속 머나먼 점 같았달까.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앞서 이런 경험들을 했기 때문에 기획자의 역할은 기가 막힌 솔루션을 도출해 내고 PRD를 꼼꼼하게 잘 써낸다가 아니게 되었다. 필수적인 기능이 없는데 A/B 테스트 설계 문서를 잘 쓰는 건 소용이 없었고, 시장의 크기조차 계산이 안되어 있는데 와이어프레임을 빨리 그려내 유저 테스트를 하는 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의 제품 단계'에서 '더 큰 성장을 위한'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나만의 답을 하나 찾은 순간이었다.





기획업무가  왜  좋은가요?


Q2. 기획자로서 일하면서 느낀 업무의 매력과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클럽장님께서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 이 업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야 힘든 순간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본인만의 답을 찾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내가 서비스 기획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코레일톡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었는데 그때 내가 낸 <차내시설 조회 기능> 아이디어는 실제로 구현되어 이전보다 더 나은 탑승경험을 제공하게 되었다. 또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 재직중일 때 영종도 작은 섬에서 미술을 가르치던 크리에이터분과 60대 할머니 고객님의 취미 도전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을 지켜보며 '나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하게 될 것 같다'라고 느꼈다는 글을 썼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 글을 보는데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유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콘텐츠 기획은 삶에 영감을 줄 수 있고
서비스 기획은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는 누군가의 하루에
크고 작은 도움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제품 직군이 정말 멋있었다. 





기획일을 잘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들려주세요.


Q3. 효과적인 기획을 위해 어떤 습관과 방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당시 북클럽 주제가 책 <기획자의 독서>여서 그런지 독서습관, 레퍼런스를 많이 찾는 것 등에 대한 대답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했었다. 


나만의 효과적인 기획 방법은 
직접 자사, 타사의 제품을 써보며
결국 고객이 되어보는 것이었다.

최근에 한 지인이 본인 회사의 교육복지 중 하나를 들어야 하는데 뭘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라며 같이 골라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해당 회사에서 직접 만든 직원 교육 사이트였는데 이상하게 '헤이조이스', '탈잉', '베어유' 등 여러 클래스 플랫폼 고유의 썸네일들이 뒤섞여 있었다. 알고 보니 여러 클래스 업체와 제휴를 맺어 직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끌어온 뒤 본인들의 사이트에서 나열하고 있었던 것인데, 나는 하도 각종 클래스를 듣다 보니 처음부터 그게 다 구분되어 보였던 것이다. 


또 한 공간대여 플랫폼 대표님과 검색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딱히 공부한 게 아닌데도 각 공간대여 플랫폼별로 검색기능이 어디까지 구현이 되어있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하도 쓰니까 자연스럽게 외운 것이었다. 


내가 탐색을 위주로 하는 PM이라 직접 고객이 되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클럽장님도 똑같은 답변과 함께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셨다. 나는 자사, 타사 제품을 써보는 정도였다면 클럽장님은 해당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커피챗을 요청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등 조금 더 열정적인 면모를 배울수 있었다. 




마치며:  '잘하고 있었구나.' 


어느덧 약속된 4시간이 흘렀고 마무리 인사를 할 타이밍이 되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길 잘했다'였다. 의미 있는 질문들을 깊이 고민해 보며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 일을 계속해보자는 확신을 얻었다. 또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었다는 작은 위로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한 영어단어 암기 서비스를 만드시는 프로덕트 매니저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실제로 자주 쓰시냐는 질문을 했었다. 그런데 그분께서 본인은 매일 쓰면서 매번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느낀다고 답변을 주셨다. 깜짝 놀랐었다. 뭐랄까 되게 잊고 있던 예전 내 모습을 마주한 느낌이랄까..ㅎㅎ 너무 멋지고 또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다시 그런 반짝이는 눈으로 '내가 만들어가는 제품에 매번 확신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그런 순간을 2024년에 가장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잘하고 있었고, 앞으로 더 잘 해보려 한다. 


충전됨을 느꼈던

나의 첫 북클럽 후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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