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이 글의 BGM으로는 프로듀스101의 Move (움직여)를 권합니다.
옳고 그름 가운데
각자 마음은 종이 한 장 차이 yeah yeah
We gotta move 세상을 움직여
The world is ours 세상을 한 움큼 쥐어 - Move 가사 中
올해 '서비스 기획'이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매 달 말일마다 회고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번 달은 유독 긴 시간들을 보냈다. 1월에 시작한 코드스테이츠의 프로덕트 매니저 부트캠프를 수료했고, 여러 회사와 티타임과 연봉협상의 시간을 가졌으며, 그중 한 회사의 인턴으로 합류해 2주째 일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커리어 전환을 위해 쉼 없이 달렸고, 막상 입사일이 확정되자 내가 취업이란 선택을 너무 섣불리 결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과연 내가 돈을 받을 만큼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갑자기 몇 백 명이 협업해야 하는 조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색할 수 없어 웃기만 할 뿐, 진짜 내 속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많이 심란했다. 그러다 1월 회고로 작성한 [프리랜서를 퇴사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어디서 어떤 자격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나다.
맡은 일은 꼼꼼하게 끝까지 책임을 다하며,
내 모든 창의력을 이끌어내 나답게 일할 것이다.
그리곤 '쫄지 말자', '모르는 건 바로 물어보자', '인턴이니 괜찮다 / 인턴 치고 괜찮다에 안주하지 말자' 등 나만의 규칙들을 세웠다. 그렇게 나는 Stacy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클래스101에 합류하게 되었다.
코드스테이츠가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어부라면, 클래스101은 항해를 즐기는 해적이다.
'온라인 클래스'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정보의 바다속엔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고, 어부든 해적이든 물고기든 각자에게 맞는 미끼에 낚이고 낚으며 서로 공생하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보통 '해적'은 약탈의 대명사다. 피터팬의 후크선장이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속 잭스페로우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약한 존재의 보물을 빼앗거나, 소문 속 값진 보물을 찾아 떠나고 싸우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클래스101이 지향하는 해적은 '원피스'다. 실제로 온보딩 중 원피스 책을 읽는 시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사내 도서관에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 다 읽진 않았지만 원피스 속 해적의 모습은 약탈하는 자들을 대항해 싸우며, 보물이 아닌 해적왕을 목표로 한다.
클래스101은 위치가 확실한 다른 배들로부터 가치가 보증된 보물을 빼앗는 그런 평범한 해적이 아니다.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온라인 클래스로 크리에이터와 클래스메이트의 물리적인 거리와 경제적인 부담을 해소한 것도, 시현하다 클래스처럼 취미와 배움의 영역을 넓힌 것도, 그루비룸처럼 대중성과 실력을 모두 인정받은 프로를 섭외해 배움의 깊이를 더한 것도, 신사임당님처럼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강의든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새삼 대단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왜냐면 이 모든 것들이 소문난, 검증된,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없던 문제를 해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클래스라는 보물 뿐만 아니라 웹과 앱의 기획 요소와 디자인, 카피 문구와 각종 프로모션들을 따라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실 옆을 보며 따라하는 것, 뒤를 바짝 따라가는 것. 장점이든 단점이든 눈에 보이는 확실함이 있기에 노를 젓는 입장에서는 덜 불안한 선택이다.
하지만 클래스101은 보물이 아닌 해적왕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보물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고, 그로 인해 가장 먼저 큰 파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원피스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때, 배의 겉면을 코팅했다. 클래스101도 구멍 난 부분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생각보다 클래스101이 원피스에 진심이기에, 나도 진지한 마음으로 임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쵸파'라는 캐릭터가 가장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작고 착한 순록인데,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캐릭터다. 그는 모든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기 위해 평소에 열심히 의술을 공부하고, 진심으로 애정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스토리를 소개할까 한다. 쵸파는 의사가 되기 위해 닥터 쿠레하에게 신세 지며 어깨너머로 의술을 공부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비상 상황으로 인해, 직접 의사가 되어 첫 환자로 자신의 스승인 닥터 쿠레하를 치료하게 된다. 쵸파는 쿠레하의 증상을 보며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총동원해 문제 정의에 힘썼고, 냉정하게 병명을 확정 지은 다음, 그에 맞는 최선의 처방전을 내렸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쵸파는 겁이 났다. 첫 실전이었기 때문이다.
닥터 쿠레하는 어떤 약을 조합했는지 묻지 않고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는 병은 낫지 않아"라는 명대사와 함께 쵸파가 처방해준 약을 그대로 삼켰다. 쵸파에게 의사로 인정한다는 말 대신 생명을 맡긴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며 최근 사수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클래스101은 수평문화를 위해 닉네임과 평어를 쓰고 있어 딱히 '사수'라는 표현을 쓰진 않아서,, 글의 편의를 위해 그를 '쿠레하'로 칭하려 한다.
나의 쿠레하는 늘 바쁘다. 원피스 내용처럼 마을 사람들을 혼자서 돌보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번은 진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반차를 쓰게 되었고, 그는 나에게 셀의 스크럼을 맡긴 채 쉬러 갔다.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따라 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쉽지 않았다. 첫 실전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고민을 들을수록 정말 겁이 났다. 쵸파는 당장 처방전을 내주어야 하는데, 내가 최선을 다한 선택이 그들에게 정말 약이 될까? 되려 그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쿠레하는 '믿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사실 내가 입사하고 2주간 가장 많이 한 질문이 "나 지금 잘하고 있는거 맞을까?"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계속해서 확신을 바라며 많이 보챘던 것 같다. 저 장면을 보고 정말 나를 믿기에 조금씩 일을 맡겨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말고 ㄴʕʘ‿ʘʔㄱ,, 그래서 쪼꼬미 쵸파는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하며, 주어진 문제들과 팀원들을 온 애정을 다해 돌볼 예정이다. 그러니 모두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클래스101은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이라는 미션을 향해 항해한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시간이 있다면 해결될까? 충분한 돈이 있다면 가능할까?
무언갈 사랑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1인 크리에이터 특강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래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다. 의외로 사람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재미없는 입시 국영수를 10년간 해오다 갑자기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직접 글을 쓰는 것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와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복잡한 공식을 통해 세상의 복잡함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낯설겠는가?
주위에선 나를 보며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부럽다", "그래도 넌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잖아"라고 말했다.
안타까운건 10년을 처절하게 사랑했던 일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수 있다. 되려 나를 굶길 수 있고, 그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초라하고 외로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 나 역시 나약한 인간이기에, 순수하고 뜨겁던 사랑도 결국 식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 다시 무언갈 사랑할 자신이 없어진다.
다시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꽤 오랜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다 코드스테이츠를 통해 사랑하는 일을 찾게 되었고, 클래스101을 통해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둘 다 온라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오프라인인 내 삶을 바꾸게 된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리고 나는 그 선택들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클래스101이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이지만, 고객들의 오프라인을 바꿀 수 있고, 그로 인해 모두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
뽀시래기 인턴의 목표는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이다. 여기서 '찾는다'는 의미는 카테고리 분류와 검색, 필터 등을 고도화하거나 사용성을 개선해 정말 잘 찾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만큼 다양한 클래스가 오픈될 수 있게 영업과 마케팅에 의견을 구하는 동료들을 돕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입사 후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한 첫 번째 일은 고객들이 최근 검색한 키워드 중 결과값이 없는 데이터의 원인을 파악해 백엔드 개발자와 동의어를 분류하고 처리한 작업이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유지보수에 불과하다.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은 동료들을 도와,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정말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나의 항해는 시작되었고 3개월 뒤엔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음에, 궂은 파도들을 함께라는 이름으로 견딜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지금보다 훨씬 성장한 내가 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