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자 회복이란 이런 것.
‘미국 사람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뭘까? 여기 앉아 수다 떠는 거겠지?’
얼마 전 주말 스타벅스에 앉아 남편에게 건넨 말이다. 싱가포르의 요즘은 마스크만 쓸 뿐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한국처럼 모임 인원 제한도 있고, 거리 두기, 재택근무도 한다. 하지만 익숙해져 그런지 이런 건 불편하지 않다. 식당에 가면 한 테이블씩 자리를 비우고 앉다 보니 좌석이 부족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기다림을, 예약을 일상이라 여기고 살고 있다.
‘미국이 이 정도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니, 지금 당장 스벅 주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스벅의 주식은 이미 폴짝 뛰어 오른 후다. 내가 비싸다고 머뭇거리는 딱 일주일 사이 주가는 다시 10%쯤 올랐다. 주린이는 역시 주린이다.
코로나 예방 백신의 기세가 무섭다. 어느 공장에 불이 나고, 공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로 보급이 좀 주춤하는가 싶다가도 각 나라들은 공장을 둘러싸 제품을 받아가던, 백신을 섞어 쓰던 방법을 찾아낸다. 점점 백신의 종류도 늘려가며 어떻게든 이 위기를 끝내 보려는 중이다. 이스라엘이 집단 면역을 가장 먼저 달성할 거라고 하고, 내가 있는 싱가포르도 병원 관계자들과 노년층의 접종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이 달 중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스타벅스만 오른 게 아니다. 명품 패션 브랜드 시장은 지난해 봄 주가가 바닥을 친 뒤 가장 먼저 회복된 분야 중 하나다. 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해외여행 기회가 사라지면서 부자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툼해졌다. 어차피 외출을 안 하니 양보다 질이라고, 고가 제품 하나를 사겠다는 소비자들의 선택도 있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나를 놀래킨 분야는 화장품 분야였다. 마스크 쓰고 집에서 일 년을 지냈으니 모두 화장품을 안 썼다고 생각했는데, 색조 화장을 하지 않는 대신 피부 관리용 고가 제품군의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갈색병 파는 에땡땡 브랜드의 매출이 뛰었다. 면세점과 백화점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화장품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작년 봄 싱가포르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두 달 정도 진짜 락다운을 해야 했다. 식료품 점에 갈 때도 한 사람이 다니라고 했고, 둘 이상이 다니면 거주지가 같은 가족인지를 따져 물었다. (‘세이프 디스턴스 앰버서더(Safe distance ambassdor)’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그들은 쇼핑몰 곳곳에서, 공원에서 우리가 1m 거리 두기를 지키는지, 그룹 인원수를 초과하지 않는지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 그때 문을 연 곳은 슈퍼와 약국, 끼니가 되는 음식 종류를 파는 식당뿐이었다. 그마저도 포장, 배달 판매만 가능했다. 모든 상인들이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무렵의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자신의 ‘현명한 소비’를 자랑하는 한 에세이를 읽다가 신문을 집어던진 기억이 난다. ‘전에는 스파 spa 브랜드에서 여러 벌의 옷을 샀는데 이제 나는 하나의 소중한 물건을 산다.’는 내용이었고, ‘소중한 하나의 물건’은 곧 비싼 고가 명품을 말했다. 한 신문의 앞 장에서는 락다운 조치로 피해 입은 상점들의 보상 문제, 실업 문제를 걱정하는데, 생활 지면에서는 이따위 현실 인식 없는 기사를 읽어야 하는 것이 참담했다. 싱가포르의 유일한 영자 신문에서 말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게 진짜 코로나 이후의 현실이다.
스타벅스를 보다 맥도날드도 살펴봤다. 오다가다 늘 가는 곳이니까. 오늘 2월 15일 현재 맥도날드 1주의 가격은 213.90달러다. 맥도날드의 주가는 작년 3월 말 급락장에서도 흔들림이 덜했다. 210달러 안팎에서 160달러 선으로 추락했지만 바로 이튿날부터 상승했다. 이미 7월 하락장 이전의 주가를 회복했다. 지금까지 큰 하락 없이 주가는 안정권이다.
한국에서는 ‘햄버거병’ 문제도 있고, 롯땡리아나 맘스땡땡 같은 쟁쟁한 경쟁사도 있어서 인기가 덜하지만, 여기 싱가포르에서만 해도 맥도날드는 전 국민의 일상적인 휴식처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맥도날드 매장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장하는 날 일간지에 전면 기사가 실릴 정도다. 매장 초창기의 모습과 새 매장의 전경, 그곳에서의 추억을 공유하는 인터뷰들이 한 면 가득 실렸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나’ 맥도날드에 간다. 쇼핑 중 잠깐 다리 쉼을 하고 싶을 때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에도 간다. 학원을 마친 아이의 식사 전의 허기를 달래기도 좋고, 온 가족이 공원을 걷고 휴일 점심을 때우기도 좋다. 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시간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어디나 가까운 곳에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라 더욱 자주 찾는다.
하루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가까운 동네 맥도날드를 찾았다. 8시 무렵의 맥도날드는 직장인 한 무리가 빠져나가고, 근처 중고등 학교의 학생들이 소란스런 아침을 먹는 곳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간단한 에그머핀과 커피로 된 모닝 세트를 먹고 책을 읽다 옆 좌석 할머니를 지켜보게 되었다. 1.25달러짜리 그러니까 1,000원짜리 감자튀김을 드시고 계셨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싼 브런치가 아닐까. '아침 8시에 정말 감자튀김이 드시고 싶었던 걸까' 생각하다 얼른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다. 싱가포르는 서울과 함께 세계 최상위권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지만, 의외로 2~3달러 대의 싼 먹거리는 넘치는 곳이다. 나의 미래 같기도 하면서 불안하고 또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맥도날드는 경기를 타지 않는 모양이다.
코로나 회복의 경제 모형이라던 ‘K자 회복’은 바로 이런 거였다. 양극화로 한쪽은 성장하고 한쪽은 바닥으로 치달을 거라던 그 K자 모양은 두 회사의 영원할 것만 같은 성공으로 드러났다. 한 잔에 5000원짜리 커피 회사는 잠깐 놀랐을 뿐 다시 예전의 왕국을 지어가고, 1,000원짜리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왕국도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킨다.
호감인 스타벅스 버스에 오르자니 이미 덩치가 너무 큰 것 같아 무섭다. 소심이 주린이는 고가의 주식은 손을 못 댄다. 조금만 출렁여도 내 건강에 해롭다. 맥도날드는 그 값이 두 배인 데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기업이라 차트만 보고 닫는다.
오늘도 세상은 참 어렵다고 생각하며, 공부를 하자고 다짐한다.
잊지 말자! 주식은 언제나 선반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