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30일 인도배낭여행
몇 해 전, 아빠는 30년간 몸 담았던 교직생활을, 나는 거의 10년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 두었다.
정년퇴임을 한 가장들의 대부분은 쉼에 익숙하지 않고 삶의 무기력을 느낀다고 한다. 아빠도 우리시대의 흔한 가장이었기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료하게 느끼시는 듯 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거의 10년만에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어 마냥 좋기만 했었다.
어느 날 아빠가 갑자기, " 딸~ 아빠랑 배낭여행 가지 않을래? " 라고 하셨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도 원래
1년에 한번 이상은 배낭여행을 다니려고 했고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배낭여행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아빠와 단둘이 떠나는 배낭여행을 꽤나 낯선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아빠와 단둘이서만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없을 것 같아 그러겠다 대답했다.
아빠는 배낭여행의 장소로는 인도로 제안하셨고, 그 순간 나의 선택을 망설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남들은 나를 찾아 떠난다는 그런 곳인 인도가 꽤나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를 하찮게 여기는 문화나 깨끗하지 않은 환경이 나의 망설임의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빠와 배낭여행을 가야 했다. 내 평생 보디가드를 자청한 아빠와 함께 가는 곳이기 때문에 평생 내가 갈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인도를 가는 것이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떠나기 전에는 아빠와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와 나는 닮은 듯 다른 그런 부녀였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빠는 사회 기반 시설이 미비한 나라로, 나는 정리가 잘 된 도시의 나라로 여행을 다녔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빠는 현지 음식을, 나는 내 입맛에 익숙한 음식을 좋아했다. 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빠는 현지인들과 함께 찍는 것을, 나는 풍경과 함께 찍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와 나의 다름을 알고 계셨고, 그 다름에서 올 다툼에 대해 미리 아셨는지 출발 전에 아빠와 나에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그럼 엄마에게 나는 걱정말라고 거듭 말하며 엄마의 마음을 안심 시키고 아빠와의 긴 여행을 떠났다.
델리나 뭄바이로 가는 직항이 있지만, 우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 하이데라바드 Hyderabad 로 입국하는 일정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소 즉흥적으로 출발하게 된 아빠와의 인도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직항은 다소 금액이 비쌌다.
그래, 역시 인도는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이 아니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남은 한 달이 벌써부터 걱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