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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SUI Nov 13. 2024

복직했더니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다스리는 방법

"넌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내면의 목소리가 말했다.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회사만 가면 부정적인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휴직 후 돌아온 회사는 인수합병으로 혼란스러웠다. 근무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겼다. 그중에 나는 '혜택 받는 사람'이었다.


회사의 높은 사람은 내 행운을 어디 가서 자랑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말했다. 회사 내 어디에도 제 자리가 없는 것 같았다. 업무 실수라도 저지르는 날이면 별일 아닌 일에도 자괴감이 고개를 들었다.


"넌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내면의 목소리는 쉬는 법이 없다.



퇴근길 지하철 안, 생각에 잠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도대체 뭘 했던 걸까?


집에 와 혼자 술을 마시며 저녁을 먹었지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빨리 취하고 싶은 마음에 와인을 급하게 들이켰고, 결국 체하고 말았다. 위는 덜덜 떨리고 가스 찬 배는 부풀어 올랐습니다.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괴로웠다.


겨우 진정이 되고 난 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오늘 일을 되짚어 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혜택 받는 사람'이란 표현,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부족한 사람'이란 생각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때, 파울로 코엘료 소설 <브리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가 받아들이든 말든
늘 우리를 이끌어주는 손이 있음을 믿고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거지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자기 자신을 내맡기라고 했다. 때로는 순리에 따라 삶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힘을 좀 빼자. 나를 믿고 내 삶에 나를 맡겨보자.

때로는 강물이 흘러가는 대로 물살을 타고 떠다니는 것도 괜찮아."



다음 날 아침, 놀랍게도 어제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서 깼다.  신기하게도 일이 술술 풀리고, 골치 아픈 문제도 쉽게 해결되었다. 몸에 잔뜩 들어간 힘을 풀고 삶의 흐름에 올라타자는 생각, 그것 하나 만으로도 큰 변화가 느껴졌다.


수영을 배울 때, 몸에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겨야 비로소 편안하게 떠오를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흐름에 몸을 맡기는 편이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보다 훨씬 오래,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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