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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SUI Nov 14. 2024

짜증나는 사람, 사실 나의 보살님?

불편한 감정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서 온다 

요가원에 들어서자 잔잔한 만트라가 귓가를 맴돈다.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매트를 펴려는 순간, 옆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털썩! 

누군가 매트를 내던지듯 바닥에 놓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얼마 전 수업에서 봤던 나이 지긋한 할머니였다. 


기억 속 할머니는 수업 내내 "아이고, 아이고" 신음 소리를 내며 동작을 따라 하느라 애쓰셨다.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탓에, 할머니가 옆자리에 앉는 순간 불안한 예감이 스쳤다.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은 마음에 매트를 슬쩍 옆으로 옮겼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한번 더 옆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고작 몇 센티미터 움직였을 뿐, 여전히 할머니와 가까운 거리였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할머니는 동작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셨다. 선생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하며 앓는 소리를 내는 통에 수업 흐름이 자꾸 끊겼다. 평온을 찾아가는 내 마음속에도 슬금슬금 짜증이 올라온다. 


마침 나무 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한 발로 서서 버티지 못하고 계속 휘청거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왜 굳이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방해하는 거지? 뒤에 가서 하면 될 텐데...' 


이런 생각을 하느라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나 보다. 그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고 식은땀이 났다.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마음속에는 불편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사실 나는 눈앞의 일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주로 나 자신에게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지만, 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왜 저렇게 말하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마음은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마음의 평온을 깨뜨린다. 마치 요가 매트 위에서 균형을 잃게 만들었던 것처럼, 삶의 평온함마저 흔들어 놓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느낀 불편한 감정들은 할머니 때문이 아니라, 성숙하지 못한 내 마음이 만들어낸 건 아니었을까?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할머니를 향한 짜증과 비난은 어느새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혹시 무릎이 불편하신 걸까? 아니면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앞자리에 앉으신 걸까?' 이렇게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관점을 바꾸니 할머니가 다르게 보였다. 포기하지 않고 따라 하는 모습이 멋지게 보이기까지 했다. 




불편한 감정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온다. 이제는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해야겠다.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야겠다. 내 마음의 불편함을 들여다본 덕분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할머니는 나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보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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