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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25. 2021

영끌 안 돼요. 감당 가능한 집값을 책정하는 법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두렵고,
올라가는 것은 무서울 때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두렵고, 올라가는 것은 무서울수록 감당 가능한 집값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값이 올라가면 좋지만,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때에는 내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전제 하에,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내가 감당 가능한 수준의 집을 구매하면 재정이 파탄 나는 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감당 가능한 수준을 계산하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조건 1




집값 = 대출원금(a) + 저축액(b)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득과 대출을 따져봐야 합니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근로소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소득을 꼬박꼬박 모아서 집을 사려면 과장 좀 보태어 여생의 반을 바쳐야 합니다. 1년에 2천만 원을 모을 수 있다고 치면 1억을 모으려면 단순 계산으로 5년 정도가 걸립니다. 3억짜리 집은 15년, 5억짜리 집은 25년을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 계산인 데다가 급여와 집값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도 있어야 합니다. 집값의 향방은 알 수 없습니다만 모두가 알다시피 웬만큼 살 만한 수도권의 집은 현재 5억도 우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순전히 근로소득을 통한 저축만으로 집을 사려면 이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내다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택 가격의 변동성은 커집니다. 상환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에서 요구하는 이자율이 더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데, 온전히 내 돈을 모아서 하기까지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20년 후 집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이 남의 집에 살면서 내가 버는 돈을 남에게 그냥 줘버릴 바에는 내 집을 갖고 거기에 드는 대출 이자를 충당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축이 아닌 대출을 먼저 고려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저축액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매수 가능 시점으로 봐야 합니다.



대출원금

대출원금(b) = 주택가액 * 주택 소재 지역 및 가격대별 LTV

 대출원금은 주택가액에 LTV(Loan To Value) 즉, 담보인정비율을 곱한 값입니다. LTV는 주택가액에 따라 다르고, 소재 지역(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에 따라 다르고, 소유 주택 수에 따라 다른데, 그것조차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때그때 정책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신문, 2020.6.17

 현행 기준으로는 투기과열지구의 9억 원 이하 집을 사려면 LTV 40%를 적용받으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이내에 전입을 완료해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생애 첫 주택으로 2억 짜리 집을 목표하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LTV 40%를 적용하면 주택담보대출로 8천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저축을 통해 나머지 1억 2천만 원이 모이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계산하면 됩니다. 이렇게 계산을 해보면서 주택의 가격을 조정하든지, 현금 흐름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 목표 저축액에 도달하는 시점을 당기면 됩니다.



저축액

저축액(b) = 예상 매수 시점까지 모을 수 있는 소득
(임금상승률 고려,
성과급, 특별 상여, 연말 정산 등 반영)

 저축액, 즉 예상 매수 시점까지 모을 수 있는 소득은 전년도 세후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되, 회사에서 연차가 쌓일 때마다 반영되는 임금상승률이나 승진에 따라 가급 되는 금액이 있으면 그것까지 반영하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대한 감이 없어서 제가 월 단위로 받고 있는 실수령액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에 12를 곱해 매년 같은 금액을 받는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성과급이라든지 특별 상여, 연말 정산 등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어림 잡아 예상 저축액을 매년 200-300만 원 정도 더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1년에 2천만 원을 저축하여 1억 2천만 원을 모으려면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저런 추가적인 수입이 있다면 5년 후에도 가능하겠지요. 그 시간까지 1억 2천만 원을 모아서, 8천만 원은 대출을 받아 2억짜리 집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갭 투자


 갭 투자란 내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을 갖춘 저렴한 아파트를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을 활용해 사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붙어있고, 실수요가 많고, 전월세 회전율이 좋은 아파트면 전세를 주기도 쉽고, 더 적은 금액으로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겠지요. 일단은 전세입자를 살게 하면서 돈을 모아 몇 년 후 전세금을 내주고 내가 들어가서 사는 시나리오를 세웁니다. 그런 경우 전세 보증금을 내주고 내가 들어가 살 수 있는 시점을 계산해서 집을 사면 됩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현행 정책 상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갭 투자를 하려면 그 '갭'을 스스로 마련해야만 합니다. '전세보증금+자기자본' 또는 '대출금+자기자본'으로 매매가를 충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대출을 일으키고 갭 투자를 해서 자기자본 없이도 집을 사서 집값이 오르면 자산을 늘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이 '오? 5억짜리 집도 40% 대출받고 전세 3억 내면 되네?'라는 생각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물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이런 제약 조건이 적은 편입니다. 제가 고향에 집을 살 수 있었던 것도 고향의 아파트가 매우 저렴한 데다가 대출 관련 규제가 적어 주택담보대출을 집값 대비 60%까지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매매가가 낮거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이라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작습니다. 저는 1억 4천만 원짜리 전세를 승계 받아 1억 7천만 원짜리 집을 샀습니다. 집의 절대적인 가격이 낮기도 하고, 전세가율이 82% 정도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제 1억 4천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각종 대출을 갚고나서도 돈이 남아야 저축이 가능합니다. 대출 상환을 포함한 월 현금흐름을 고려하여 진짜 감당 가능한 수준을 계산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건 2




월 급여 - 월 상환 대출원리금(c) > 생활비 + @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씨는 강남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월 급여 실수령액은 200만 원이고, 보증금 1억짜리 전세에 살면서 전세자금 대출 8천만 원에 대한 이자를 월 20만 원가량 내고 있습니다. 월 생활비는 60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럼 남는 금액은 120만 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A 씨가 30년 간 대출 원리금을 월 85만 원씩 상환해야 하면 이건 A 씨가 감당 가능한 수준일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 급여에서 월 상환 대출원리금을 내고도 생활비가 남아있어야 하고, 저축할 수 있는 여유분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또 돈을 모아서 다음 집을 꿈꾸고, 자기 계발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다닐 수 있으니까요. 내 집 하나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리하게 집의 노예가 되어 지금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여유를 100만 원 정도로 정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졸라 매더라도 빠르게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좀 더 여유롭게 오늘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 여유분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을 것입니다.



월 상환 대출원리금

월 상환 대출원리금(c) = 대출원금 * (연 이자율 / (1 - (1 + 연 이자율) - 대출 기간 월 수))
(대출원리금 상환 계산기 이용 추천)

 그럼 그 월 상환 대출원리금을 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구하는 공식이 있긴 하지만 구글이나 네이버에 '대출원리금 상환 계산기', '대출 상환 원리금 계산'등을 검색해보면 월 상환 대출원리금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검색 결과에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대출원금, 연 이자율, 상환 기간, 상환방법을 입력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양식이 나오고, 입력값을 토대로 조회하면 월 상환액이 표로 정리되어 나옵니다.

 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월별 상환 원리금을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대출금액 또는 대출원금은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집값에 여러 조건들에 따라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곱해 계산합니다.

 대출 만기 또는 상환 기간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보통 최장 기간인 30년 즉, 360개월로 잡고 계산해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자율의 경우 본인이 적용받을 수 있는 연 이자율을 적용하면 정확하겠지만, 금리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우선 3% 정도로 설정한 후 월 상환 원리금을 추정하여 계산했습니다.

 월 상환액 계산 방법은 상환방법(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체감식(원금균등) 분할상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거치 기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어떤 방식이 가장 유리한지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은 납입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번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고정값이 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납입원금은 점점 증가하고 이자는 점점 줄어들지요. 월 현금흐름을 관리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원금균등상환 방식은 납입 원금은 상환 기간 내내 동일하고, 이자는 원금이 감소함에 따라 조금씩 줄어들게 갚아나가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월 상환 원리금이 점점 감소하며, 총명목이자가 다른 상환 방식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참고로 전세자금 대출은 아래와 같이 원금 만기 일시 상환의 개념으로 이자를 매기기 때문에 원금을 함께 갚아 나가는 것보다 총명목이자가 훨씬 비싸집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A 씨에게 적절한 행동은?


 그러면, 다시 A 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억짜리 집을 8천만 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사보겠습니다. 우선 세금 및 제반 비용이나 기타 복잡한 계산은 빼겠습니다. A 씨는 1억 2천만 원을 모아야 합니다. 매월 급여 200만 원에서 생활비 60만 원, 전세자금대출 20만 원을 빼면 120만 원이 남는데, 매년 1500만 원 정도를 모으면 8년 간 1억 2천만 원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면 8년 후에 2억짜리 집을 산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보다는 빠르게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타이트하게 저축을 할 수도 있고, 주식을 통해 자금을 늘릴 수도 있고, 임금 또한 매년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집을 사고 나면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월 이자는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월 상환원리금이 34만 원씩 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시점부터는 월 실수령액 200만 원을 기준으로 매달 106만 원씩 남습니다.

 2억짜리 집을 1억 2천 전세를 끼고 사보겠습니다. 자기자본은 8천만 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5-6년 후에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1억 2천만 원을 모으려면 8년 정도가 더 소요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일으켜 바로 거주를 하는 것과 달리 더 오랜 시간동안 전세 또는 월세 거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금융권의 이자를 갚는 데에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전세를 오랜 기간 줘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전세가율이 어느 정도인지, 월 현금흐름이 얼마나 더 달라질 수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활비를 조금 늘린다든지, 결혼 자금 마련 등 중요한 생애 이벤트에 대한 예상 지출을 조정하고, 월 상환액을 제외하고도 저축을 해서 중도상환을 빠르게 한다든지, 다음 단계를 위해 저축을 한다든지 하는 계획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좀 더 비싼 집을 사겠다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변동성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를 취하거나 더 낮은 가격의 집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현금 흐름을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2억 미만의 집을 구매한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축, 추가 소득, 예상 임금 증가분 등을 잘 고려하여 얼마 정도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내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에 대한 금전적, 정신적 준비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DTI(총부채상환비율,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위의 조건들을 충족하면 말 그대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한도를 위협할 만큼 DTI가 높아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감당 가능한 집값을 계산하는 조건과 방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집값 = 대출원금(a) + 저축액(b) and
월 급여 - 월 상환 대출원리금(c) > 생활비 + @
----------------------------------------
• 대출원금(a) = 주택가액 * 주택 소재 지역 및 가격대별 LTV
• 저축액(a) = 예상 매수 시점까지 모을 수 있는 근로소득(임금상승률 고려, 성과급, 특별 상여, 연말 정산 등 반영)
• 월 상환 대출원리금(c) = 대출원금 * (연 이자율 / (1 - (1 + 연 이자율) - 대출 기간 월 수))
(대출원리금 상환 계산기 이용 추천)
• @ : 갭 구매 시 반환할 전세보증금 고려한 저축액, 자기 계발, 취미 활동 비용, 기타 예비비를 책정하고, 적절히 졸라매는 수준을 찾아보기


 이쯤 되면, 속 시끄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원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한 번은 계산을 해봐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골머리를 앓았지만 계산하는 데에 익숙해지니 다음에 계산할 때는 좀 더 쉬워졌습다. 계산이 복잡해보여도 논리적으로는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용했던 계산 방식을 써도 되고, 변수에 따라 더 단순화하거나 정밀화 해도 됩니다. 더불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사는 게 낫겠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고, 결혼을 통해 조금 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든지 하는 여타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러 케이스를 나눠 계산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아... 머리 아프다.. 영끌의 유혹을 견딘 저자의 계산법을 좀 더 간단하게 알고 싶다면?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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