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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nctk Feb 01. 2021

디지털 화폐를 준비하는 국제적인 움직임

중국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도 중국, 유럽, 미국 등 14개국 중앙은행의 12개 사례를 분석한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CBDC라 불리는 디지털 화폐가 어떤 기술이고 주요 국가들의 CBDC 개발 동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화폐란 무엇일까?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디지털 화폐라고 불리는 ‘CBDC’는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무형(無形)의 화폐로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사용하여 결제 및 송금을 할 수 있는 화폐 방식입니다. 중앙은행에서 직접 발행하고 거래 시스템까지 안전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 거래자의 신용 위험 및 거래 유동성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새롭게 자리 잡은 비대면 결제시장에서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CBDC는 흔히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형태로 화폐를 발행하는데요, 중앙 관리 시스템이 없는 일반 암호화폐와는 다르게 각국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현금과 액면 가격이 똑같이 정해져 있으며 은행 계좌에 있는 자산과도 바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CBDC는 개발 도상국 등 아직까지 은행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송금 및 거래를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수단이 됩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CBDC가 가져오는 최대의 장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CBDC는 중앙은행 의견서에나 등장하는 이론적 개념에 불과하였지만 최근 코로나 19가 바꾼 비대면 결제 증가와 중국 인민은행의 CBDC 준비 소식으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 상용화는 중국이 먼저?

먼저 중국은 2014년부터 선도적으로 디지털 화폐 연구를 준비하였습니다. 이미 2020년 10월, 중국 심천(深圳) 시에서는 일반 시민 5만 명에게 디지털 화폐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으며 현재도 지역을 넓혀 추가 테스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을 정식 발행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데요, 상용화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서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는 큰 이유는 바로 통화 패권을 가져옴과 동시에 위안화 강세에 따라 늘어나는 유동성의 출구 전략을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중국은 미 중 무역 전쟁의 여파와 위안화 가치 절감으로 인해 성장세가 점점 더디어지고 있습니다.  달러가 지배하던 통화 패권을 이번 디지털 화폐 전환을 통해 바꾸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 내수 시장 활성화뿐 아니라 국가 간 결제까지 선점하여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뤄내겠다는 중국의 목표가 매우 뚜렷해 보입니다. QR코드 결제화나 비대면 결제 전환 등 빠른 실행력을 보였던 중국이 이번 CBDC 상용화에서도 빠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 전환에 속도를 내지않는 미국

미국은 현재 달러 화폐에 맞춰진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 민간 은행과 기업들이 함께 준비 중에 있으나 미 정부는 최대한 디지털 화폐 발행에 속도를 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에 연구 등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FED(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이 첫 CBDC 발행국이 될 필요는 없다”며 선을 그었는데요, 달러가 현재 준비통화로서 선제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디지털 화폐 전환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후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디지털 유로화 가능성은?


1999년 유럽연합은 유로화 단일 화폐 전환 이후 외환 리스크 감소로 인해 자본 유입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연합 내 국가들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단일화폐가 가진 문제점 때문에 2010년대 초 유로존 경제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별로 빈부 격차가 나는 상태에서 화폐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게 되자 가치에 거품이 끼게 되었고 경제 정책을 펴지 못한 국가들은 파산 위기를 겪는 등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위험요소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에 유럽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이 현 유로화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연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CBDC가 발행된다면 유럽 각국의 발행량 조절이 가능하고 통화 흐름 추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제2의 유로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직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추진 계획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여러 국가들이 연합하여 CBDC 연구 그룹을 설립하는 등 미래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연구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원화 발행은 과연 이루어질까?

지난여름 한국은행은 ‘CBDC 연구 추진 단계’라는 자료를 공개하였습니다. 이 자료는 설계와 구현 기술을 검토한다는 내용부터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한다는 내용까지 국내 CBDC 계획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최근 국내 은행들도 디지털 화폐 전환 대응을 준비하면서 민간기업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단체가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은행과 발맞추어 결제 환경이 어떻게 구축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를 준비하는 국가들의 이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금융 포용’과 ‘자금세탁 방지’의 목적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국가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모든 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과 자산 운용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CBDC의 도입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가져오는 정책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여건들을 충분히 고심하여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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