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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왜 사람들이 모일까

뉴욕 - 3 (타임스퀘어)

by 풀솜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니까 광장인가?

광장이라는 공간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일까?


도시에서

빽빽한 빌딩숲 사이에 있는

광장은

허파 같은 곳이다.


진보와 보수가 극렬히 대립하던 때, 결혼식이 있어 광화문 광장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광화문 광장에는 진보와 보수가 공간을 나뉘어 행사를 하고 있었다. 태극기를 앞세운 보수진영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휘날리는 태극기 속에 서 있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다. 나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100미터쯤 걸어 나왔다. 허술한 바리케이드가 보였다. 저쪽에 다른 한 무리가 행사를 하고 있었다. 진보진영 행사장이었다. 그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연단에 선 젊은 연사가 소리를 높였다.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보았다. 나에게 진보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잠시였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은 방관자가 아니었다.


평소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왜 저기까지 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 있어보니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소속감이 생기고 긴장도가 달랐다. 그저 그런 곳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모이면 땅의 기가 세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다.

광장에 있으면 나도 그들과 한 덩어리가 된다.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는 맨해튼의 광장이지만 뉴욕의 광장이고 세계인의 광장이다.


타임스퀘어는 맨해튼 7번가에 있다. 뉴욕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반전 시위를 위해 모이고 유명 스타의 공연이 있어 모이고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모이지만 별일이 없어도 광장은 항상 인산인해다. 사람이 모이니 사건사고도 많다(우리가 갔던 날도 총기사고가 있어 잠시 폐쇄되었었다).


엄밀히 말하면 타임스퀘어는 광장이라기보다는 폭이 조금 넓은 도로다. 광장 하면 유럽 중세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가면 곳곳에 광장이 있다. 유럽의 광장은 위치가 성당 앞이나 거대한 건물의 중정 혹은 도로의 결절점이다. 주변에는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광장 중심에는 분수나 조각상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는 이런 일반적인 광장의 개념으로 보면 광장이라 하기는 뭔가 다르다. 유럽의 중세 도시와는 모습이 다르다. 맨해튼은 격자형으로 길이 나 있고 건물은 모두 높은 빌딩뿐이다. 도로의 결절점은 자동차의 교차로여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자동차의 공간이다. 사람들이 모일 여유로운 공간이 없다.


다행히도 이 인정머리 없는 격자형 도시에 남북 사선으로 난 도로가 있다. 이 거리가 사람들이 말하는 브로드웨이다. 브로드웨이란 '넓은 길'이다. 타임스퀘어는 맨해튼 7번가 두 개로 갈리는 도로 시작점에 있다. 넓은 길에 두 개의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는 어느 정도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곳에 보행자 위주로 차의 통행을 제한하니 광장이 된 것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사이 얼마간의 공간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과거 도시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시장이 섰다. 현대도시의 시장은 전광판이다. 타임스퀘어가 타임스퀘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빌딩에 걸려있는 현란한 전광판 때문이다. 전광판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라고 번쩍번쩍 비쳐댄다. 모두 광고다. 전광판 안에는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이 전부 담겨있다.


타임스퀘어의 많은 건물 중 최고의 건물은 길이 갈라지는 모퉁이에 있는 첫 건물이다. 그 건물은 너무 협소해 건물로서의 기능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광장에서 보면 시선을 모으는 초점이 된다. 마치 유럽 도시에서 성당의 위치다. 아마도 타임스퀘어에 있는 수많은 전광판 중 가장 광고료를 많이 받는 건물일 것이다.



우리에게 광장의 이미지는 데모나 행사의 장소로 인식되어 있다. 광화문 광장을 오래 보아 왔기 때문인 거 같다. 광화문 광장은 조선시대 육조거리였다. 육조거리에는 국가 정무를 보던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는 물론 사헌부 사간원까지 관청이 있었다. 이 거리에 평민들이 편하게 모이기는커녕 지나다니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이 정치의 장으로 인식되었던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현대 광장의 역할이 항상 역동적일 필요는 없다. 광장은 도시민에게 하늘을 보여주는 소중한 곳이다. 아파트라는 답답한 공간에 사는 도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 현대의 광장은 도시의 좁은 주거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만 있어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광장에는 앉아 있을 벤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서 있을 때는 뭔가 일을 보고 돌아가야 할거 같지만 앉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앉을 때가 있으면 편하기도 하지만 남들은 어떤가 다른 사람을 보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광장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볼 게 많다.


앉을 곳이 있으면 광장은 쉼의 공간으로 바뀐다.

광장에는 벤치가 필요하다.


타임스퀘어에서 신의 한 수는 계단이다.

타임스퀘어 리모델링 계획에서 계단 설치 안이 당선되었다.

계단은 수백 개 벤치 효과가 있다.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계단에서 바라다보이는 타임스퀘어 광장


우리도 계단에 앉아 한동안 사람들을 바라봤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이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뭐를 하고 있는 거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데 너무나 재미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올 것이다.

미래의 광장은 어떨까?


타임스퀘어 계단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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