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회사를 우습게 알아

(회사에 애들은 없습니다)

by 글쓰는 노무사


인류의 지성인 소크라테스조차 “요즘 아이들은 폭군이다. 부모의 의견에 반대하고, 음식도 게걸스럽게 먹고, 선생에게도 폭군처럼 군다. 미래가 암담하다.‘고 하였다. 그 당시에도 요즘 애들은 싸가지 없는 존재였나 보다.

사실 난 요즘 애들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80년대생이며, 직장인 10년 차, 아이 엄마. 누가 봐도 요즘 애들이라고 할 수 없는 외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회사에서 늘 애 같은 존재가 되어야 했다. 전 직장에서 나는 8년 차까지도 막내였다. 회사 평균 나이는 47세였고, 연차와 상관없이 나는 부서의 막내로 존재했다. 물론 나에게 그 누구도 "부서 분위기 밝게 만들기"란 과업을 준 적은 없다. 그렇지만, 점심을 먹을 때도 ‘막내 오늘 뭐 먹을까?’라며 식당 메뉴를 정하게 하거나, 회사 행사에 늘 내가 차출되어야 했다.


20대의 나는 막내 역할이 좋았다.


선배에게 귀여움을 받는 후배라는 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30대가 된 후에도 여전히 난 귀여움 받는 후배였다는 점이다. 입사 5년 차가 되어도 막내였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는커녕,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회의는 실장, 부장들 선에서 마무리되었고, 부장은 ‘부서의 회의 없음’을 수평적 조직이라도 된 듯 자랑했다.



20대의 나는 왜 막내 역할이 좋았던 걸까?


돌이켜 생각하니, 나는 회사생활과 대학생활을 착각했다. 대학 선배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배우듯 회사 선배에게 직장생활을 배우려 했다. 선배들이 술자리에 불러줄 땐, 마치 인싸가 된 듯 좋았고, 회사 미래를 걱정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애사심을 보며 존경 아닌 존경을 한 적도 있다.

30대가 되어 회사생활이 괴로웠던 것은, 단순히 회사 막내여서는 아니다. 선배들의 삶은 회사 어느 동료의 삶일 뿐, 내 삶이 될 수 없었다. 나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막내라는 이유로 가장 낮은 수준의 업무를 도맡아야 했다. 선배들의 회사생활을 보며 저렇게는 살지 말자 다짐할 때가 더 많았고, 업무를 하며 배우는 경험 지식은 수직적으로 쌓이지 않았다. 불합리함을 토로해도 선배들은 투정으로 받아들였고, 어느새 나는 회사 우습게 아는 후배가 되어있었다. 난이도 1의 업무를 100 가지 하면서 깨달은 점은,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다’는 것이다.


회사의 서열은 회사라는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고, 키우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회사에 처음 입사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등 막내들은 서투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애 같은’ 존재가 된다. 회사 내에서 쉽게 ‘우리 애들은~’이라고 운을 띄우는 팀장들이 아직도 많다. 회사의 막내도 동료이며, 대학을 졸업한 성인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는 쉽게 망각한다.



다시 신입이 되다


최근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전 직장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신입이라는 타이틀이 낯설지는 않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지금은 노무사라는 점이다. 법인에서 나를 애 취급하는 사람은 없으며, 하는 일의 대다수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임에도, 혼자 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하면 수정하고, 틀리면 다시 공부해야 하지만 일을 통해서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럽다.


알리바바 마윈은 "젊은 세대를 믿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믿는 것"이라 하였다.


회사는 교육기관이 아니며, 조직의 그 누구도 애가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조직문화는 변한다. 조직 문제에 대해 용기를 낸 신입사원에게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다, 회사를 우습게 안다.’는 회사에 어떤 미래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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