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도, 존버는 승리할까?

누구나 신데렐라가 꿈은 아니잖아요.

by 글쓰는 노무사

주식시장이나 비트코인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흔히 ‘존버는 승리한다’고 말한다. 수험시절 가장 좋아하던 강사님이 늘 하시던 얘기였다. 노무사 시험은 한 해 4000명 이상이 접수하고 단 300명만이 합격하여, 합격률이 8%밖에 안 되는 시험이다. 나 역시 그 8%에 들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하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초코우유로 식사를 대신하고 존버하였다.


노무사가 되기 전 직장생활에서 나를 가장 힘들 게 했던 것은 ‘그만둬도 갈 때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업무도 사람도 보상도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경력으로는 이만한 회사를 다시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을 평가절하하였다. 전 직장은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연봉이 상승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참고 견디면 회사의 복지를 더 누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참고 견디지 못했다, 즉 존버에 실패한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존버의 의미

실장님과 퇴사 면담을 할 때였다. 어차피 그만두는 거 솔직하기로 마음먹었다.(물론 지금은 후회하지만)

부장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주지 않았으며, 회사생활 10년 차임에도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실장님은 “부장 다음이 누구겠니? 너지.”라고 얘기해주셨지만, 그 대답이 퇴사에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선배들이 존버로 승리하여 얻은 것은 직책이다.

난 업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부장이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얻을 수 있는 게 부장이라면 그냥 참지 않는 편을 선택하겠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서 존버는 승리할까?


코로나 19로 인해 고용시장은 더 악화되었고, 나이가 적든 많든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법인에 있으면 노무사에게 해고와 관련된 절차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 발로 회사를 나왔으니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난 직장생활에서 존버는 승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돈이다. 인생은 짧은데 싫은 일을 계속하고, 내 인생에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휘둘리고, 미래가 없는 삶에서 버티는 것이 과연 승리할까?

물론 대책 없는 퇴사는 존버 할 때보다 더 괴로울 수 있다. 그래서 수험생활을 시작했고, 결국 합격하였다. 합격이 성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회사를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고 믿는다. 앞으로는 버틸 수 없는 직장에서 존버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려 존버하려 한다.

내가 나를 믿을 때, 변화는 시작된다.



누구나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여섯 살인 딸에게 신데렐라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난 새언니 할래, 엄마가 신데렐라 해.”


엄마 마음에 주인공 아닌 서브를 선택한 게 괜히 못마땅하여 왜 신데렐라가 아닌 새언니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난 일하기 싫어. 왕자랑 결혼하기도 싫고.”


아이의 눈에 새언니는 일도 안 하고, 예쁜 옷을 입는 <현재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왕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엄마랑 사는 새언니가 더 좋을 거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신데렐라가 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후회했다. 왕비가 되고 싶어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버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엄마랑 살면서 예쁜 옷을 입고, 현재 행복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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