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향
열대야를 숨가쁘게 지내고 있다
이 무더위에 무슨 캠핑이냐며 핀잔을 주다가도
강바람이 시원하다는 말에 못 이기는 척 한강 둔치에 텐트를 친다
입구 앞에 동그란 모기향을 폈다
잔디보다 짙은 녹색으로 모기향은 뺑글뺑글 돈다
그 모양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최면에 걸릴 것도 같다
구수한 내를 풍기며 타들어가는 모기향
시든 풀잎같은 색을 내며 불이 지나는 방향 뒤로
모기향이 조각 조각 떨어진다
우리가 지내는 무더운 오늘 밤은 우리 생에 어디 쯤일까
모기향처럼 적확하게 우리가 어디를 지내는 지 알고 싶다가도
알아 뭐하냐는 핀잔을 스스로 준다
그래, 그거 알아 뭐하나
베개가 이미 있는 네게 하나 더 하라며 건네 준 팔이 저려온다
타들어가는 모기향이 오늘밤을 무사히 나게 해줄거야
지난했던 여름 날이 조각 조각 떨어진다
최면에 든 건지, 모기향에 취한 건지
어느새 곯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