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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Sep 20. 2019

[건축] 난 집을 지어보았다

프롤로그

시골집 마당에서 고기굽기



프롤로그

집을 지어본다는 건 일생에 있어 큰 경험 중 하나다. 도시의 거주 시설(아파트, 다세대, 빌라 등)은 내 집이라는 생각보다는 잠시 빌려 살거나 미래의 시세가 중요한 재산의 개념이 강하다. 반면 이사가 아닌 반평생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시골 주택의 경우 내 집의 성격이 도드라진다. 


일단 시세 자체가 큰 변화가 없고, 이사의 횟수도 도시에 비해서 훨씬 적고 다른 마을로 이사하는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는다. 내 부모님의 경우도 한 마을에서 거의 30여년을 넘게 살아오셨고, 할아버지 세대까지 하면 거의 백년 가까이나 된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기존에 건축된 부모 세대의 집에서 살거나 혹은 가족 인원의 증가로 건축을 하게 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시골에서 비용 지출의 우선순위는 농사에 있다. 농사를 지을 땅, 하우스, 농자재, 농기계, 인건비 등에 가장 먼저 돈이 나가고 그 다음이 먹고 사는 것, 그 다음이 집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농장에서 보내시는 부모님을 보면 어쩌면 집에 대한 투자가 가장 적었던 것이 이해가 된다. 오전 4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에 들어가는 일상이 지속된다면 집은 그저 잠자는 공간 그 이상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우 나와 동생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가족이 커지고 명절이나 주말에 모이는 일이 생기면 공간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그렇게 집을 짓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건축을 전혀 알지 못했던 나는 처음에 도전을 하고 싶어 시골집 건축 프로젝트를 책임진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 결정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마 어마한 시간의 투입을 불러오리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여기서 다시 강조 하고 싶은 사실은 건축의 과정은 일상의 시간을 대부분 투입해야 할 정도로 시간 투입이 많은 프로젝트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 본업을 뒷전에 두고 진행해야 했을 정도로 시간의 투입이 많다. 이 자리를 통해 이러한 시간의 투자를 이해해준 아내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골집 건축은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집의 구조(목구조, 경량철골, RC(시멘트))를 정한 후, 그럴싸한 평면도를 그려서 건축사에게 가져가고 건축사가 이것을 설계도로 변환해주고 믿을 만한 시공사를 만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봤다. 그리고 대여섯곳의 건축사를 만나보니 30여평 단독주택 기준으로 설계비가 최소 1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다양한 것을 알게 되고 1억원 내(토지 매입 비용 제외)의 건축비를 예상하고 있던 나는 이 설계비를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설계 프로그램 (캐드나 레빗) 을 익혀 직접 설계까지 해보게 된다. 


그리고 1억원이라는 돈은 보통의 단독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고려하는 비용인데 이 비용은 제대로 된 집을 짓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물론 건축비는 최초 계획보다 많이 들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설계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능력치와 건축에 대한 이해도는 늘었지만 실제 건축 과정에서 사용되기는 어려운 퀄리티 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설계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추 후에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건축 과정만 정리하면 목구조로 하기로 결정하고 만났던 설계및시공을 함께 하는 업체의 경우 설계 과정부터 어긋나기 시작해서 결국 계약을 파기하게 되었다.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왜 파기까지 진행되었는지는 추 후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나서 믿을 만한 업체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 후 설계부터 건축까지 직접 하기로 결정하고 진행했지만 설계의 부족함과 이를 실행해 줄 믿을 만한 부분 별 시공 업자를 찾을 수 없다고 보고 다시 업체를 통해 일괄 시공을 맡기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앞선 업체와의 협의에서 계약 파기 과정이 약 3~4개월, 이 후 과정이 3개월 정도 소요되었으니 약 6~7개월 정도가 시행착오에 따른 시간 비용과 첫 업체의 선금으로 실제 비용이 소진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안에는 건축의 A부터 Z까지에 대한 공부도 계속되었다. 반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집에 대한 구조, 평면, 단열 등에 대한 기본 바탕이 생기기 시작했던것 같다. 이 정보는 건축 프로젝트 시작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파편화 되어 있었고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접하면서 파편화 되어 있던 정보들이 구조화 되면서 확신을 주었던 시기였었다. 


그렇게 전국에 있는 건축사와 시공사들을 만나며 시골집을 건축해 줄 곳을 찾다가 목구조에서 경량 철골 구조(일명 스틸하우스)의 패시브하우스로 결정하고 경남에 있는 Y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게 된다. 시골집 실제 건축의 총 기간은 계약부터 완공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되었다. 


보통의 경우 건축 기간이 좀 더 짧지만 기밀과 단열 성능을 우선 순위로 한 패시브하우스로 하고 내부 인테리어 등은 직접 업체를 섭외해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무조건 일괄 시공을 맡기는 것이 좋다) 여기에 남기는 글은 이러한 시골집 건축의 과정을 정리한 글이며 추 후에 건축 계획이 있는 분들이 보고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건축] 난 집을 지어보았다 는 시리즈로 패시브하우스 주택의 시작부터 준공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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