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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Nov 03. 2022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며칠을 생각해봐도 참 이상하다.

지금은 ## 해야 할 때 라며 조용히 있으랜다.

지금은 @@에 집중할 때라며 가만히 있어 보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왜 내 슬픔, 내 분노, 내 감정, 온통 내 것인 것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냔 말이다.

불쾌하다.

나는 내가 알아서 한다.




나는 어제 13명의 외국인들에게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무려 영어로.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나 오늘 왜 이렇게 영어가 잘되지?' 하는 날이 있는데 바로 어제가

그런 날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내가 하려던 말이 영어로 아주 술술 잘 나왔다.

나는 2022년 할로윈에 대해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으면 했다.

내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입을 꾹 닫고 가만히 있었는데.

기회가 왔다.


음... 여러분들 이미 뉴스에서 봐서 알고 있을 거야..라고 말을 시작하자마자

오~~~ 쏘 쏘리/테러블 뉴스/어떻게 된 거야?/어쩌다 이런 일이/너 이태원 잘 알아?/니네 가족은 괜찮아?/ 등등 질문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적어도 지구상에 살아있는 사람 13명에게 진실을 알렸다는 점에 대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하늘에 감사한다.

나 따위가 대관절 어디에 가서 이토록 조목조목 내가 하고픈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나 국내에 있었다면 더더욱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 자식과도 생각이 다르고 친한 친구와도 마음이 맞지 않는 일이 허다해서 분명히 귓속으로 파고드는 그 생생한 단어조차 '나는 000라고 들리는데'라고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으니 말이다.

눈치 보고 간을 보고 빙글빙글 겉만 핥다가 다들 입을 닫는다.




13명 중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자기 나라 일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세계지도 어디쯤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를 텐데 그래도 이번 참사에 꽤 관심이 있었나 보다.


근데, 내가 아직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점 하나가 있어.
거기가 니네 나라 수도이고 꽤 번성한 지역일 텐데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축제가 매 년 있었다는데
그날 경찰이 없었어?


울고 싶었다.

지금도 울고 싶다.



Photo by Davi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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