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금요일. 핼러윈.
별 관심 없는 날이다.
내 성향과도 맞지 아니하고, 내 뿌리와도 관계없고 내 입맛과도 동떨어진 날이다.
더욱이 몇 년 전 한국에서 일어난 마음 아픈 '참사'와 엮여 더더더욱 별로인 날이다.
마트에 가보면 한 달 전부터 별별 초콜릿 사탕 과자 젤리들이 호박색깔 포장지를 입고 커어다란 봉지에 가득 담겨서 팔리고 있다.
불경기다 장기화된 셧다운이다 인플레이션이다 소란을 떨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쇼핑카트에 그런 종류 상품 하나씩 무심하게 쓰윽 담는 것을 보고 있자 하니
'나는 역시 이곳에서 이방인'
이라는 느낌만 잔뜩 받게 되는 것이다. .
세상이 이리 흉흉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더욱 흉흉하고
낮에도 밤에도 평일에도 휴일에도 평화로워 보이는 주택가도 대도시 뒷골목도 흉흉함이 기준값인 이마당에
플라스틱 호박 바구니를 달랑거리면서 모르는 사람의 집 대문을 '딩동~' 하는 일을 한다고?
그것도 어린애들이? (물론 몇몇 부모들은 아이들의 뒤를 따르기도 한다)
나는 그 '딩동'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매년 그날이 되면 현관문 양옆에 달려 있는 전등을 일부러 꺼놓는다
집밖으로 집안의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냥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만들어 놓는다.
잭 오 랜턴, 해골, 마녀 같은 장식도 일절 하지 않는다.
사탕바구니를 집 앞에 내놓지도 않는다.
먹어서 득 될 것도 없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
혹여 그것들이 남아서 내가 1년 내내 먹어 치워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도 그런 것을 구입하는 돈이 아깝다.
나의 이러한 몇 가지 노력- 앞문 전등 꺼놓기, 집안 깜깜하기, 핼러윈 장식 없기, 문 앞에 바구니 안 놓기- 에 의해 사람들은 '아, 저 집은 '딩동' 하지 말자'라는 눈치를 챈다.
언젠가 딱 한번, 몇 년전에. 누군가 '딩동' 한 적이 있다. 딱 한번.
그땐 시큐리티 카메라를 설치하기 전이라 누가 집 앞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집안에서 조용하게 있던 우리 식구들만 당황해서
어머 누가 왔나봐 어떻해 어떻해.. 우리 사탕이나 초컬릿 있어? 없지? 있어?
이렇게 오도방정을 떨며 거실과 부엌을 빙글빙글 돌았던 적이 있다. 딱 한번.
바라건데.
올해 아무도 '딩동'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