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남편이 육아휴직을 올해까지는 할 줄 알았는데, 일주일 뒤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다. 로또보다 어렵다는 청약이 당첨되었고, 고로 우리에게는 갚아야 할 빛이 늘어나게 되었기에 맞벌이를 결정했다.
다행히 아기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주었고 그래서 생각보다 이르게 맞벌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맞벌이를 앞두고 여러 고민이 생겼지만 가장 큰 아이 등 하원 시간이 문제였다.
어린이집 자체 하원 서비스는 오후 네시에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 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내가 직접 등원 하원을 해야 해서 기나긴 장롱면허를 탈출하기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연수를 주말 동안 틈틈이 하고 패기롭게 혼자 운전하여 첫 출근을 한 날 주행은 완벽, 출근도 무사히!
아침 주차는 공영주차장 아저씨의 어드바이스를 받으며 성공했는데.. 웬걸 집 앞에 다 와서 주차하다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콕! 해서 앞 범퍼에 구멍이 뻥 뚫렸다. (아악)
다른 차랑 부딪힌 것도 아니고, 혼자 박았으니 차라리 다행인데 집 코앞에서 이렇게 사고가 나니까 어찌나 아쉽고 속상하던지, 그리고 너무나 놀래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손발에 힘이 쭈욱 빠져서 정말 차를 버리고 집으로 뛰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개떡같이 어찌어찌 주차를 해두고 집으로 가서 남편에게 사실을 고하고.. 며칠 운전을 쉬었다.
그러다가 오늘,.. 오랜만에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세상에나.. 사거리에서 유턴을 실패하여 (꼬리물고있는 차들덕에 크게 돌리기가 어려운 아침도로) 골목길에 강제로 진입했다. 골목길 양옆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어찌나 어마 무시하게 무섭던지. ㅠㅠ
또 내 차는 왜 이리 큰지.. 초보에게 렉스턴 스포츠는 너무나 크다.. 너무너무..
운전은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데, 오늘 결국 골목길을 빠져나가다가 그만 내 차 백미러가 접히기까지 했다.. 후 하 후 하
시간은 8시 57분 나는 이미 지각.
머리는 다시 새하얗게.. 진정하고 차 시동을 끄고, 다시 켜본다. 어랏 왜 다시 안 펼쳐지냐 ㅠㅠ
급히 정차를 해두고, 내려서 셀프로 사이드미러를 다시 피고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시간을 보니 9시 10분 아 망해따.
맞벌이를 앞두고 아침에 출근 준비 + 아이 등원 준비할 시간도 걱정이지만, 나의 엄청난 왕 초보 운전실력이 나에겐 너무나 공포이다.
어떡하지? 나 다시 육아휴직하고 싶다ㅠㅠ
매일 이렇게 끌다 보면.. 운전이 늘 수 있을까?
다음 주부터는 아이도 태우고 다녀야 하는데…
차를 혼자 끌 때마다 자그마한 사건들이 계속 생기니 너무나 두렵다. 초보 엄마 초보 운전자 나는 언제쯤 모든 일에 고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