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주시는 질문들 중,
"승무원이 너무 하고 싶지만 다들 왜 하냐 그래요. 힘들다고. 그래도 전 꿈인데 해도 괜찮을까요?"
"입사 후 나이가 꽤 있을 텐데, 오래 할 수 있을까요? 그만두면 뭘 해야 하나요?"
"승무원이 꿈인데, 오래 못한다고 해서 그런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해도 될지 고민이에요"
"수명이 몇 년이고, 관두면 무슨 일을 하시나요?"
저도 승무원이라는 꿈을 가지고 도전했을 때 비슷한 내용들로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진로 상담을 담임선생님과 하는데, 선생님이 결사반대를 하시며 "승무원은 정말 힘든 직업이다, 내 친구 중 승무원을 한 친구가 있는데 장기가 다 내려앉아서 그만두었다. 지금이라도 다른 꿈을 꾸어 보는 게 어떻겠니"라는 무시무시한 말씀도 하셨죠.. 그럴 때마다 저는 '그래도 나는 꿈을 이루고, 그다음 고민해보겠다! 흥칫뿡!'이라고 생각했죠.
저런 질문을 주시는 분들은, 아마 이미 마음속에 정해진 답이 있는데 그 정해진 답을 저한 테서 듣고 싶으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말, 승무원이라는 꿈에 끝까지 도전하라는 말, 힘들지만 매력 있는 일이라는 말,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그게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니까요.
제가 만약 ‘승무원 진짜 힘들어요’ ‘서비스직이라는 게 얼마나 남한테 고개 숙이고 자존심 버리는 일인 줄 아세요?’ ‘뼈가 삭는 것 같은 피곤함을 매번 느껴요’ ‘웬만하면 다른 일을 찾아보심이....’라고 했을 때, ‘아 역시 승무원은 안 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저 핑곗 거리를 찾다가 적당한 핑곗 거리를 찾은 뒤 스스로를 거기에 맞춰 위로하면서 ‘맞아, 승무원은 안 하는 편이 나아.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딴 거 하는 게 낫겠어. 어차피 힘들다던데 뭐’라고 핑계의 이유가 필요하셨던 분입니다.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꿈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그러자니 고민이 되고... 정말 불확실한 미래에 이렇게 도전해도 되는 건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지... 하시는 분들!!
물론 준비하다 하다 떨어지면 시간낭비가 맞겠죠. 차라리 다른 회사라도 들어가서 경력이라도 쌓고 돈이나 모을 걸. 싶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본인은 엄청난 시련을 겪으며 그만큼 많이 성장합니다. 승무원 준비의 최고의 답은 ‘합격’ 이 아닙니다. 합격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설마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 속에서 본인이 경험하고 깨달은 것으로 인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단단해질 거예요.
후회는 나중에 합격하고, 승무원을 진짜 해본 다음에 ‘아 승무원 해보니 별로였어’라고 후회하는 것이 ‘아 승무원 그래도 끝까지 도전해볼걸...’ 보다는 훨씬 나은 차원의 후회입니다. 해보고 후회해도 늦지 않으니, 지금부터 지레 겁부터 먹고 ‘후회할까 봐 무서워. 도전해도 될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하는 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입니다.
승무원의 근속연수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매우 짧습니다. 물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처럼 한국 베이스의 프리미엄 항공사인 경우엔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순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형 항공사들이 매년 상반기 하반기 백여 명의 승무원들은 매번 뽑아간다는 얘기는 그만큼 그만두고 휴직하시는 분들이 많아 공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외항사의 경우에는 근속연수가 더 짧습니다. 몇몇 외항사들은 계약 기간이 있기 때문에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베이스가 해외에 있는 만큼, 향수병이나 결혼이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들로 결국 그곳을 떠나게 되지요.
에어마카오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더 근속연수가 짧습니다. 회사 문화 자체가 외국인들의 노동력을 끌어와서 돌아가게 만든 구조 이기 때문에, 보통 경력을 쌓고 경험을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근무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많고, 마카오라는 도시 자체가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다들 들어오면 ‘언제 떠나지’가 가장 핫이슈입니다.
5년 가까이 일한 저는 엄청나게 높은 시니어에 속했고요, 그런 저를 볼 때마다 ‘너는 언제 떠날 거니? 아직도 여기 있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죠. 옆에서 항상 떠나고 들어오는 회전 속도가 엄청 빠르고, 그럴 때마다 남아있는 나는 ‘여기서 뭐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회사 분위기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1년 일하고 재 계약 시즌이 다가오면 1차적으로 빠질 사람들이 빠집니다. 승무원 직업 자체가 안 맞는 사람. 마카오가 싫은 사람. 에어마카오가 싫은 사람은 이때 다 나갑니다.
2년 정도 일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력서에는 쓸 만큼은 되었으니, 나이도 점점 먹어가는데 한국으로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겠다 싶은 사람들이 돌아갑니다. 적어도 2년 한 사람들은 그래도 이 직업이 싫지 만은 않은 사람들인데 마카오에 사는 게 싫거나 에어마카오에 더 있고 싶지 않아서 나갑니다.
3년 정도 되면 승진을 하고, 승진 타이틀을 타기 위해 계속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나오고요. 끈기 있는 사람들이 남아서 열심히 일합니다. 다른 항공사보다 승진이 빠르니, 여기서 조금 더 고생을 하더라도 그 타이틀을 따고 다른 데로 이직을 하던 지, 조금 더 하다가 결혼을 하던지. 하는 부류들이 나오지요.
그러다가 결혼을 하면서 떠나는 부류들도 있고, 계속해서 남아 있는 부류들도 있습니다. 보통 한 배치에 한국인들이 15~20명 사이인데 1~2년 사이에 반절 정도는 나갑니다. 남아 있던 돌아가던 그것은 단지 회사나 베이스 탓만은 아니고 개개인의 사정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기에 여기서 맞다 틀리다 라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승무원을 그만두고 간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일을 합니다. 이직을 해서 다른 항공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부류는 아예 새로는 분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 승무원이라는 게 어디 가서 경력을 딱히 쳐줄 만한 직업군이 아닙니다. 일반 회사와는 아예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승무원을 하시다가 다른 일로 이직을 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합니다.
보통은 서비스직 군으로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관광 항공 관련 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학원 졸업 후 대학에서 교수로 교육자의 길을 걷는 분도 계십니다. 서비스 강사 자격을 따서 기업의 서비스 강사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승무원 양성학원에서 선생님을 하시는 분들 도 있습니다. 영어나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영어 강사나, 중국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의 기업에서 일합니다. 아니면 아예 파일럿이 되기 위해 유학을 떠나시는 분들도 있고, 저희 동기 중 한 분도 퇴사 후 파일럿 공부를 떠났다 돌아와서 지금 한국에서 파일럿으로 이직에 성공하였습니다.
아예 새로운 일반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퇴직 후 진로는 매우 무궁무진하고 다양합니다. 일반 기업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 서른 전에는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른이 넘으면 일반 기업에서는 서류 통과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죠. 승무원 경력이 있다 해도 아예 다른 직업군이기 때문에 경력은 상관이 없습니다.
한국이 취업이 힘든 것도 사실이고, 그런 현실이 너무 무서워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고민에 쌓입니다. 승무원이 되는 것 만이 끝이 아닙니다. 그 후에도 더 큰 고민들과 방황의 시간들 가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또 최선을 다하며 자리 잘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고민들도 결국 일시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승무원을 했기 때문에 겪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무원이 아니라 다른 직업 군에서 안정된 직업을 가졌다 치더라도, ‘이걸 계속해야 할까? 난 이 일이 안 맞아. 이 회사가 안 맞아. 승진이 안돼. 이직을 해야 하나?’ 등등 취직이 목표였던 취준생 때와는 다르게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게 됩니다. 운 좋게도 회사가 잘 맞고, 안정되었다 치더라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작되며, 후에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이 아프게 되어 고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항상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승무원을 한다고 해서 미래가 불확실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더라도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얘깁니다. 퇴직 후의 진로, 이직의 고민은 승무원만 하는 게 아니라, 돈 벌며 살아가는 모든 성인들이 겪는 고민이고 미래입니다.
인생이 길이라면 그 길은 끝까지 오르막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오르막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그때그때 다른 꿈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저 또한 승무원이 되는 게 꿈이었던 어린 나에서,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고민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걸어가는 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고민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냥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모험을 즐기며 사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심오한 얘기인가요? 그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민보단 GO! 하시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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