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임신, 출산 하기 Chapter 1.
이억만 리의 타지는 아니지만, 고작 한국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여 떨어져 있는 마카오의 산부인과 시스템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일단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을 확인하자마자 호르몬 수치로 임신 여부가 판단 가능하다. 정말 극 초기에 임신 사실을 발견하고 피검사를 해서 임신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나는 테스트기에 나타나는 두 줄을 너무나 빨리 알아 버렸다. 정말 보일 듯 말 듯, 일명 '매직아이'라고 불리는 시기에 임신 사실을 알았다. 차라리 모르면 약일 것을. 이미 알아 버렸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혹시 선이 더 진해지지 않아서 자연 유산을 하는 것은 아닌지, 착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면 얼른 병원에 가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루 종일 초록창을 들락날락 거리며 마음만 애태웠다.
테스트기가 점 점 진해지는 걸 확인하고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병원에서는 아기 심장이 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8주 차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성질 급한 내가 그걸 기다릴 수 있으랴.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피검사를 할 수 있는 개인 병원을 찾아냈다. 테스트기의 두줄을 확인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다행히 그 개인병원은 원한다면 피검사를 해줬다. 피검사 가격만 대략 15만 원. 거기에 진료비는 따로 추가였다.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아기가 잘 자리 잡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만 있다면 15만 원 정도의 대가는 충분히 치를 수 있었다. 걱정과는 달리 호르몬 수치는 하루에 두배씩 건강하게 잘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임신 5주 차, 처음으로 초음파 진료를 보았다. 동네의 아주 작은 개인 병원이지만, 산부인과 과목을 진료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은 미국 유학파 출신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걱정했던 언어의 장벽 문제는 일단 해결되었다. 조그마한 병실 구석에 놓여있는 침대 하나. 일명 한국에서는 '굴욕 침대'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전용 침대다. 대한민국 여자들이라면 이 굴욕 침대가 얼마나 '굴욕적'인지 다들 공감할 것이다.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대에 양다리를 걸쳐 놓고, 긴장감과 수치심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마음을 추스르며 의사를 기다린다. 차가운 초음파 기계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온다.
마카오의 산부인과는 한국과는 다르게 상당히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화기애애하게 계속 말을 걸어 주었고, 초음파 기계를 넣을 때도 언제 넣었는지도 모르게 아주 조심히, 부드럽게 넣어주었다.
처음으로 내 몸속에 있는 '아기집' 그리고 '난황'이라는 것을 보았다. 피고임도 없고 자리를 잘 잡은 듯하다고 했다. 난황의 크기는 0.4cm. 초음파 사진 속에 있는 난황이 괜스레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사람들 것 보다 커 보여서 걱정이 되었다. 또 초록창을 뒤적거렸다. 난황이 너무 크면 유산의 가능성이 있단다. 난황의 평균 크기에 해당하는 0.4cm. 그래도 나의 불안감을 지워버리기엔 초록창에는 너무나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남들이 다 읽는다는 '임신 출산 대백과'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카오에서 그 책을 어떻게 구할 수 있으랴. 급한 대로 인터넷 e book으로 비슷한 제목의 다른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태교가 신경 쓰였다. 남편에게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를 대고 전자 피아노를 구입했다. 아직 보이지도 않는 아기이지만, 내 몸에서 생명이 싹트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믿을 수 없기도 한 복잡 미묘한 심경이었다.
마카오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엄마가 되는 게 맞을까? '엄마'라는 단어는 불러보기만 해 봤지,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영 어색한 단어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받은 초음파 사진을 일기장에 예쁘게 붙이고 일기를 썼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고 언젠가 선물로 줄 생각이다. 일기장의 첫 장에 뭐라 쓸까 고민을 하다 '사랑하는 복덩이에게, 엄마가-'라고 썼다. 일기를 쓰는 내내 너무나 어색하다. 아직은 엄마가 되려면 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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