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마카오 한국인 승무원들은 무조건적으로 한국어 방송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입사 교육을 마치고 나면 한국인 선배님들께 한국어 방송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는다. 에어마카오에서 중국어(만다린), 영어, 광둥어 방송은 항상 나가는 것이고 한국 비행이나 일본 비행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 승객을 위해 방송이 또 따로 나간다. 그래서 어쩔 땐 방송이 한국어, 만다린, 영어, 광둥어 4개가 나가서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손님 로딩에 맞추어 하나 정도 생략하기도 한다.
어쨌든, 한국인 승무원으로 한국 비행을 가게 되면 보통 한 비행에 두 명의 한국인이 배정되는데 둘 중에 한 명은 무조건 방송을 해야 한다. 입사 후 첫 비행이어도 해야 되고, 엄청 신입이라 방송해보지 않았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무조건 해야 한다. 그래서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다.
보통은 announcement book(기내 방송문) 이 회사에서 따로 지급이 되는데, 손바닥 만한 크기의 기내 방송 책을 비행 때마다 모두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누가 방송할지는 브리핑 때 정해지기 때문에, 항상 가져와야 되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 기내 방송문에는 비행 상황에 따른 방송문이 상황별로 다 적혀 있다. 문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 기내 문을 어디 부분인지 찾은 다음에 여유 있게 방송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일 바쁜 *FA4 포지션 (보통 주니어들이 하며 탑승 때는 비즈니스 어시스트, 비행 중엔 이코노미 어시스트) 이 방송을 맡았다, 하면 비즈니스 손님 오시면 인사하고 짐 올리고 외투 받고, 웰컴 드링크 드리고 신문드리고 잡지 드리고, 슬리퍼 들고 헤드셋 드리고... 그 바쁜 와중 사이사이에 방송도 해야 한다. 한참 일하는 도중에 비행기 문이 닫히면 담당 비상구로 뛰어가서 *ARM DOOR (비행기 비상착륙을 대비하여 비행기에 연결되어 있는 비상장비를 문에 연결)을 하고 또 바로 *Welcome announcement (환영 인사 방송)를 해야 한다. 방송하고 나서는 담당 비상구에 앉으신 분께 비상구에 대한 설명과 안전 수칙 안내도 해야 하고, 이코노미 클래스로 신문도 나눠드려야 한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방송 좋아하시는 기장님께서 Good moring Ladies and gentleman, this is Captain speaking~~ 하시면서 방송을 하면, 방송 담당 승무원은 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한 뒤 바로 번역 방송을 해야 한다. 보통은 우리는 이륙 준비가 되었고~ 비행시간은 얼마고~ 고도 몇만 피트를 날것이며~같은 일반적인 비행 내용이지만, 딜레이나 기체 결함 같은 심각한 내용을 방송하실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번역 방송은 프리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들리는 그대로 바로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방송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아주 어렵고 힘든 방송이기도 하다. 그냥 들리는 대로 하면 되지 않나?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방송용 한국어와 우리가 실제로 쓰는 말은 좀 다르지 않는가, 경어체라고나 할까?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비행기는 ~~ 로 가는 ~~ 항공 ~~ 편입니다.'
와 같이 방송용 높임말을 써야 되기 때문에 영어에서 바로 높임말이 잘 안될 때가 있다. 시간을 가지고 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한 다음에 하면 좋으련만 야속한 사무장은 인터폰을 잡고 바로 내 얼굴에 갖다 댄다. 얼른 방송하라고. 그럼 난감한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입 승무원들은,
"어... 지금부터 방금 저희 항공편의.. 어.. 기장이 전달한 비행정보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 그.. 저희 비행기는... 지금... 문을 닫았고.. 곧 이륙할 예정입니다... 어......(침묵)
!@#$%^&^%$##$%$##$% 감사합니다"
나도 물론 저런 시절이 있었다. 기장님이 프리스타일 방송하시면 바로 동작 그만! 화장실로 잽싸게 들어가 내용 파악 후(화장실이 조용해서 방송이 잘 들린다) 방송문을 펴보지만 내용이 다르니까 대충 짜깁기로 어찌어찌 방송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가끔, 정말 설명하기 힘든 방송이 있다.
기장님께서,
"어~~~ 비행기 기장입니다. 지금 우리는 공항이 바쁜 관계로 파킹 베이가 모자라서 대기하라는 정보를 받았고 이 포지션에서 잠시 대기할 겁니다. 비행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다들 앉아 계세요"
라고 하시면 멘탈의 붕괴가 오기 마련이다. '공항이 바쁘면 뭐라 해야 되나, 공항 혼잡? 파킹 베이는 뭐야. 뭐라 해야 돼. 비행기 자리? 비행기 주차장? 파킹 베이를 뭐라 해야 되지? 이 포지션 대기. 이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서있ㅇ........ 아 뭐라 하나' 이런 상황이 된다.
한 웃지 못할 예는 어떤 신입 승무원이 저런 방송을 하게 되어 너무 당황한 나머지
"손님 여러분! 지금 저희! 비행기 앞에!! 감히! 다른 비행기가 있어서!!!"라고...
그리고 너무 높임말을 한 나머지
"손님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고, 비행기가 멈출 때까지 기다려 주시옵소서.......?!!!!" (휴무 날 사극에 빠져버린 승무원)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방송도 늘게 된다.
그만두고 나서 가끔 생각 나는 인천 비행,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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