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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s Fong Apr 30. 2020

손님이여 비상구를 열지 마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질문 하나 하겠다. 중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중국이 떠오르는 국가가 된지는 이미 오래, 정말 무시 못 할 나라가 되었다. 특히 차이나머니는 그 속도 하며, 파워 하며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부자, 그렇다. 중국에는 부자가 정말 많다.
짧은 시기에 빠른 성장을 이룬 중국, 그래서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큰 도시는 정말 서울 못지않게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발달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게 근래 몇 년 새에 보편화되었다.

  우리나라도 왜, 한참 대한항공 처음 생기고 김포공항 하나였던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에 기내 안에서 앉아서 고스톱 치시는 손님들도 많이 계셨고, 비행기 타는 게 흔치 않던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나는 그런 시절을 에어마카오에서 중국 손님들과 겪었다. 정말 상상 초월하는 그들과의 에피소드.



  다른 항공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중국 손님 한분이 바깥공기를 쐬고 싶다며 비상구를 열어버린 사건!!!!

하지만, 에어마카오에서는 같은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났다. 또 얼마 전, 다른 중국 항공사에서는 손님이 비행 전, 행운을 빈다며 비행기 엔진에 동전을 던져서 항공편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세상에나)


  *ATC (Air Traffic Control) 쉽게 얘기하자면 하늘길에 비행기가 많아 정체되는 현상이다. 일단 ATC에 걸리면, 언제 출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중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항공기들로 인해 (특히 국내선은 더하다)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다섯 시간 여섯 시간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 '허다'하다. 기내 안에 갇혀 계실 손님들,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딜레이가 시작되면 물을 비롯해서 음료 서비스, 예정 없는 딜레이에서는 기내식 서비스까지 쭉 나간다.


  승무원들 사이에서 특히 악명 높은 항저우!!
항저우 손님들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일단 부자들이 많지만 예의도 무지 없으시고 약간 공격적 성향을 가지고 계시며, 정말 컨트롤이 안 되는 손님들이다. 보통 카지노 하러 오시는 손님이나 카지노 쪽에서 일하시는 중국분들이 많았다. (요즘은 정말 많이 좋아졌
다)

  그 문제의 항저우 비행 때, 딜레이가 되었고 답답함을 호소하시던 손님 한분이 비상구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신선한 공기 좀 쐬어야겠다나? 비행기 문이 이미 닫힌 상태라는 말은 비상구 문이 비상탈출을 위해 준비가 되었다는 얘기다. 이상태에서 문이 열린다면? '펑!!!!!' 하고 탈출용 슬라이드가 터진다.

  이 슬라이드가 터져버리면, 출발 못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지연이 시작된다. 
승무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이 슬라이드 터지는 일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에어마카오에서도 보통 1년에 한 번 이상은 매년 일어났던 것 같다. 보통은 승무원 실수로 발생하고, 이렇게 손님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건 터질 때마다 사고 방지용으로 새로운 규칙들이 생겨나고, 지금은 문 열 때는 혼자 서는 못 열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슬라이드 하나는 가격이 꽤 나간다. 보너스 직전에 슬라이드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가 책임을 나눠가진다는 명목 하에 그 해 보너스는 안녕이다.

  아무튼 저 항저우 사건으로 인해, 승무원은 기내 안에서 딜레이가 되면 일단 자기 담당 비상구를 예의 주시해야 하고, 간단한 음료 서비스를 마친 후에는 본인 담당 구역으로 돌아가 앉아서 손님을 지켜봐야 한다. 
심지어 손님 중에는 비상구가 신기해서 만져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손잡이 올리려고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승무원은 '안돼!!!!!!!!!' 하면서 달려간다. 만지면 큰일 난다고, 절대 만지지 말라고 해야 한다.

  호기심 많은 중국 손님들, 좋게 말하면 귀엽다고나 할까? 

중국 손님들이여, 비상구를 열지 마오, 손도 대지 마오, 궁금해하지도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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