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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s Fong May 02. 2020

중국인도 다 같은 중국인이 아니여~


  내가 에어마카오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것 중 재밌었던 것은 중국, 마카오, 홍콩, 대만 사람들의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들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무엇이 다른가? 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나는 마카오에 오기 전까지 중국어를 아예!! 전혀!! 못했다. 올 때는 정말 '니하오',  '쎼쎼'만 알고 마카오에 들어오는 패기를 보였으나, 중국어 때문에 고생 좀 했더랬다. 처음에는 보통화(일반적으로 알려진 중국어, 푸퉁화라고도 함)와 광둥어의 차이도 몰랐다.. 한 육 개월 지나니까 보통화와 광둥어의 차이가 들렸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일단 중국 대륙 사람들과 광둥어를 쓰는 홍콩 마카오 사람들은 대화가 안 통한다. 한자를 쓰기는 하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어를 간소화한 간체자, 홍콩 마카오는 번체자(옛날 한자)를 쓴다. 그래서 중국인 승무원들 중에는 가끔 번체자로 쓰인 한자 방송문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쉽게 생각하면 보통화는 중국 역사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는 중국어이고(예를 들면 황제의 딸 같은), 광둥어는 홍콩 영화에서 들리는 중국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겠다.


   그럼 대만 사람들은? 보통화를 하긴 하는데, 그들 만의 억양이 있다. 뭔가 더 부드럽고 귀엽게 잉잉거린다고 해야 하나? 공격적으로 들리는 대륙 중국어와는 사뭇 다르고, 대만도 대만 사람들끼리만 따로 쓰는 대만 언어가 있다. 대만 항공을 타면, 대만 언어로도 방송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우리 같은 제삼자 입장에선, 그들의 역사적 상황들이나 문제들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하에, 다 그게 그거 같이 들릴 수 있다. 나는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마카오 홍콩 중국 대만을 다 중국이라고 생각했었다. 중국에는 관심도 없는 무지한 사람이었던 걸 반성한다.


  여하튼 재밌는 건, 우리에겐 비슷해 보일지라도 그들은 그들끼리 자기들 편을 가르고 서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일단 홍콩, 마카오 사람들 (편의상 홍콩 니즈 매캐니즈라 하겠다)은 중국 대륙 사람들을 무식하고 돈만 많은 무식자-들로 생각한다. 특히 홍콩 사람들은 중국 대륙인들의 무지함과 예의 없음 (정치적 사안도 물론 있다)으로 인해 야만인 취급을 하며 종종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나마 마카오 사람들은 친 중국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친 중국 성향) 표면적으론 덜 하지만, 속으로는 난 매캐니즈, 너네들은 중국인!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 예로, 손님들에게 중국어를 하며 서비스를 하다가 홍콩, 마카오 분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I am not Chinese!!"


  그런데 , 더 웃긴 건 마카오 홍콩 사람들은 자기네들끼리도 서로를 싫어한다. 마카오가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홍콩이 경제적 중심지 었으나, 마카오가 이미 홍콩을 따라잡은 지는 오래. 급 졸부가 되어버린 마카오, 홍콩은 어쩔 수 없이 마카오나 중국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자존심이 있다. 그래서 홍콩 니즈는 매캐니즈를 돈만 아는 무식자라고 생각하고, 매캐니즈는 홍콩 니즈를 잘난 척하는 재수 땡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만은? 대만은 사실 나라로 인정을 받으냐, 아니냐의 문제도 있다. 올림픽을 예로 들자면, 중국에서 대만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하여 결국 대만은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올릭픽기를 달고 출전했다. 그리고 유명했던 쯔위 사건! 쯔위가 대만 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난리가 났었다.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만은 중국이다. 대만을 중국의 속국(?)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한다. 대만은 어차피 중국 꺼임!! 마카오 홍콩도 내 거임!! 홍콩은 영국 때문에 애들이 너무 정서적으로 우리와 달라져 버려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서서히 내 것이 되어가고 있음!! 어쨌든 다 내 거임!!이라고 생각하고, 


  대만은, 무슨 소리야?! 너네랑 우리는 생각 자체가 달라! 우리는 민주주의!! 비록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지만 우리는 달라!!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을 대만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친 중국 성향의 대만인들도 있다.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대만 아이들에게 재밌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너에게 수도란 어디를 말하니? 타이베이야 베이징이야"라고 장난스레 말하면 조용히 대답한다.

   "난 타이베이라고 생각하지만... 쉿...!!"


   아무래도 중국인들과 같이 일하니, 정치적 문제는 꺼내지 않는 편이 낫기에 이런 이야기는 대만, 중국 사람들끼리는 잘 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인이라 상관없지만 말이다.


  대만 사람들은 성향이 한국인과 참 비슷하다. 작은 나라에서 피 터지게 공부하고, 나라의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먹고살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기에 우리나라에서 겪는 청년실업이라던가, 고스펙 지원자가 넘친다거나, 대학 졸업자가 많다던가 하는 상황들이 비슷하다. 그리고 군대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문화적으로도 통하는 게 많다. 개인적으로는 대만 사람들과 일하는 스타일도 잘 맞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말도 참 잘 통한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인들은, 그냥 이런저런 사람들의 생각 다- 무시하고 “결국엔 너희들은 중국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중화사상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다'. 이 중화사상은 때로 무섭기까지 하다. 가끔 정말 중화사상 심한 애들이 있는데, 그들은 중국이 자랑스럽고 대단한 나라이며 중국이 최고다 라고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애국심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사람들과 언쟁을 할 필요도 없고,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베이징 공항을 가면 국내선 국제선으로 터미널이 나뉘어있는데, 홍콩 마카오 대만은 국내선은 아니다. 그런데 국제선도 아니다. 국제선, 그리고 홍콩 마카오 대만이라고 되어있다. 그 말인즉슨 저 세 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외모로 그들을 구분해본다면, 홍콩 사람들은 좀 세련됐다고 할까? 외모도 약간 교포스러운 느낌이고, 영어도 잘한다. 옷도 과하지 않게 깔끔하게 입고 비행기 탈 때는 편한 복장으로 온다. 남자들은 보통 티셔츠에 가벼운 배낭을 매고 탑승한다.


  마카오 사람들은 약간 과하게 입는다. 멋을 내긴 했지만 뭔가 과하다. 그리고 여자들은 통굽으로 된 운동화나 하이힐을 신을지언정 절대 굽을 포기하지 않는다. 크롭티셔츠, 소위 말하는 배꼽티를 잘 입는다. 외모도 다들 동글동글 한 느낌이다. 키도 대부분 아담한 편이다. 그리고 남자분들은 그렇게 에비수 청바지를 좋아한다.(추억의 브랜드 에비수)


  대만 사람들은 꾸미긴 하지만 세련되게 잘 꾸민다. 화장 기술도 대단하고 뭐랄까, 홍대에서 보는 멋쟁이들 느낌이 많다. 가끔 과할 때도 있지만 세련되게 과한? 촌스럽지 않은 느낌이다. 타투하신 분들도 많고, 멀끔하고 다들 깔끔하다. 비행에 편하게 실용적으로 깔끔하게 입으시고 조용히 알아서 할 거 하셔서 너무 편한 비행을 선물해주시는 단비 같은 손님들 이시다.


  중국사람들은 과함의 끝이다. 빨간색과 금색을 매우 좋아하고, 명품으로 휘감았다. 하지만 명품에게는 미안하게도 매치를 잘 못하는 것 같다. 배 나온 아저씨가 베르사체 티셔츠에 에르메스의 H가 딱!! 있는 벨트를 맸다!!! 하면 100% 중국사람이다. 여자분들도 과하다 싶은 옷들을 많이 입는다. 비행기를 탄다는 말은 '나 돈 좀 있는 사람이오'라는 말이기 때문에 옷도 과하게 입고 꾸미신 분들 많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편하게 타시는 분들은 별로 없고, 명품가방에 하이힐, 짧은 스커트, 드레스 등 난리가 난다. 기내 안에 레드카펫이라도 깔아드려야 할 기세다.


  일하다 보면 척하면 척 국적을 구분하게 되고 억양으로, 심지어 냄새로도 그들이 구분 가능하다.  중국인이라 생각해도 다 같은 중국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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