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한혜경
여기 은퇴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함께 일했던 부하 직원을 길거리에서 마주쳤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자신이 차장이었을 때 대리로 있던 직원이었거든요. 부하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남자를 쳐다보곤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남자는 당황했습니다. 분명 몇 년 전까지 함께 일했던 직원이었거든요. 자신을 못 알아본 부하 직원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부하 직원은 자신에게 매번 혼나던 직원 중 하나였습니다.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직원을 몰아붙인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그런 일 때문에 자신을 모른 척한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부하 직원이 뒤끝 있는 사람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겼습니다.
이런 일을 한 번만 겪었다면 별일 아니었을 겁니다. 요즘 들어 자신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남자는 회사 다니던 시절,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사에게 야단 맞고 화가 머리 끝까지 솟은 날엔 힘없는 부하직원에게 다 쏟아버렸습니다. 윗사람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아랫사람에게 풀어버린 거죠.
직원들이 자신의 야단에 벌벌 떨고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자기를 무서워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서움이 아닌 증오심에 치를 떤 거였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직원이 남자를 모른 척 한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남자는 반성했습니다. 자신의 승진과 성과를 위해 윗사람에게만 잘했습니다. ‘그깟 직원 하나쯤이야’ 라며 권위적이고 야박하게 굴었습니다. 회사를 향한 충성심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남은 건 후회뿐입니다. 충성을 바친 윗사람도,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 떨던 사람들도 떠나버렸지요. 예전 부하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은 너무 많이 흘렀고 남자는 후회만 했습니다.
한혜경 작가의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에 나오는 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1000명에 달하는 은퇴자를 조사했고요.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300 여 명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은퇴자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후회’입니다. 앞서 말했던 ‘동료와 후배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후회’와 더불어 ‘건강을 챙기지 못한 후회’, 가족에게 신경 쓰지 못한 후회’, ‘은퇴 이후 삶을 생각하지 못한 후회’ 등 남자가 은퇴할 때 느낀 후회는 다양했습니다.
책 속 은퇴자 몇 명에게서 제가 모셨던 상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도 은퇴하면 이 사람들처럼 땅을 치고 후회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은퇴한 상사를 길에서 만나면 모르는 척하겠습니다. 저와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으며 저의 ‘은퇴’를 그려봤습니다. 무엇을 가장 후회할지 말이죠. 전 너무 회사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상처는 회사에서 끝내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느끼고 싶습니다.
사실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는 막을 수 없지 않을까요? 인간은 후회를 먹고사는 동물이니까요. 이 책의 작가도 말합니다. ‘중요한 일에는 후회를 덜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라고요.
베이비붐 세대 이야기를 읽으며 제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훗날 저의 모습이니까요. 지금 소중한 것에 집중하며, 다른 사람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요. 후회하지 않도록, 조금 더 적게 후회하기 위해 지금부터 안정감 있는 은퇴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3,40대에게 추천하는 은퇴 계획서입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은퇴계획을 세워보길 바랍니다.